차명석 LG 단장(왼쪽)과 함덕주. /LG 제공
차명석 LG 단장(왼쪽)과 함덕주. /LG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성탄절 전날인 24일, 프로야구 LG 트윈스 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쌍둥이 군단 불펜의 핵심인 함덕주(28)가 LG에 잔류하기로 한 것이다. LG 구단은 이날 "함덕주와 계약기간 4년 총액 38억 원(계약금 6억 원, 총연봉 14억 원, 인센티브 18억 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함덕주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전체 43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2021년 트레이드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올해까지 11시즌 통산 397경기(선발 30경기) 501.2이닝 35승 21패 59세이브 49홀드 평균자책점 3.50 탈삼진 515개를 기록했다.

LG는 21일 선발 투수 임찬규(31)와 계약한 데 이어 함덕주까지 붙잡으면서 마운드 전력 누수를 막았다. 구단은 "함덕주는 국가대표 경력을 포함해 많은 경험을 가진 투수다. 올 시즌 건강함을 되찾으면서 가장 좋았을 때 모습을 보여줬고, 팀의 필승조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면서 "앞으로도 건강하게 마운드에서 팀을 위해 던져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계약 발표 직후 본지와 연락이 닿은 함덕주는 “올해 너무 재미있게 야구했다. 우리 팀 선수 구성이 정말 좋다. 지금 동료들과 계속 같이 야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면서 “올해가 가기 전에 LG와 계약해서 기쁘다. 일찍 계약을 끝내서 마음 편히 다음 시즌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함덕주와 LG의 계약 내용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인센티브 비중이다. LG 구단은 총액 중 절반에 이르는 금액을 인센티브로 책정했다. 부상 이력이 있는 선수이기에 구단으로선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몸 상태에 자신 있는 함덕주도 구단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는 “건강하기만 하다면 달성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많아서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제가 건강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덕주는 지난달 30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깜짝 신분 조회를 받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함덕주 신분 조회는 LG 구단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함덕주 에이전트는 이달 초 미국으로 날아가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계약 조건을 제시받지는 못했다. 함덕주도 빅리그 도전보다는 LG 잔류 의지가 컸다. 함덕주는 “시즌 중 저에게 관심 있는 빅리그 팀이 있다는 얘기를 듣긴 했는데 실제로 신분 조회를 받아서 조금 놀랐다”며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이 있었다면 MLB에 도전할 수도 있었겠지만, 만족스러운 계약을 제안한 팀은 없었다. 또 LG라는 좋은 팀에 남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털어놨다.

LG 트윈스 함덕주. /LG 제공
LG 트윈스 함덕주. /LG 제공

함덕주는 LG로 이적한 2021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16경기에 출전해 1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시즌을 마친 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지난해까지 재활에 전념했다.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올해 57경기 55.2이닝, 4승 16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라는 빼어난 기록을 남기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또 한국시리즈 4경기에 등판해 3.1이닝 동안 1승 평균자책점 2.70의 기록으로 팀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함덕주는 “2년의 공백기가 있었는데 잘 극복한 것 같다.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 주고 싶다”고 자평했다.

올해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LG는 새로운 왕조 건설을 꿈꾼다. 과거 두산 왕조의 주역으로 활약한 함덕주는 이제 LG 왕조 건설에 힘을 보탤 참이다. “제가 LG에 남은 이유는 많이 이길 수 있는 팀에서 계속 뛰길 원했기 때문이다. 성적이 좋은 팀에서 뛰어야 앞으로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팀은 팀워크도 좋고 올해 우승도 했기 때문에 내년, 내후년에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힘줬다.

평소 진중한 성격의 함덕주는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열린 선수단 회식 자리에서 구광모(45) LG 구단주에게 “저는 줄무늬 피가 흐릅니다”라고 말해 동료들과 구단 관계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함덕주는 “우승하고 너무 기뻐서 한 말이었다. 구단주님에게 LG에 이미 뼈를 묻었다고 했다”며 “꾸준히 잘하면 4년 뒤에도 구단에서 좋은 계약을 해주실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종신 LG맨을 향해 달려가겠다”고 힘줬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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