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3 APBC에서 대표팀을 지휘한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3 APBC에서 대표팀을 지휘한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국 야구에 지난해 3월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잊고 싶은 기억이다. 이강철(58)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이 대회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한국 야구는 WBC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맛봤다. 2021년 2020 도쿄 올림픽 4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한국 야구의 암울한 현주소를 재확인했다. 

WBC 이후 야구계 안팎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프로야구부터 대표팀까지 한국 야구의 전체적인 수준을 올리기 끌어올리기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대표팀 전임감독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대표팀에 전념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세대교체를 실현할 전임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프로 선수들이 참가하는 국제 대회에서 야구대표팀을 운영 및 지원하고 있다. KBO는 지난해 7월 리그 경기 수준과 야구 대표팀 전력을 올리고 야구 저변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장기 종합 대책인 'KBO 리그·팀 코리아 레벨 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임감독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임 감독제 부활 카드를 꺼내 들며 2026 WBC까지 전임 코칭스태프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KBO 사무국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이 끝난 뒤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빠르면 지난해 말, 늦어도 이달 초 사령탑 선임을 완료할 것으로 보였으나 자동 볼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ABS)과 피치 클락 도입 등 우선 과제에 밀려 감독 선임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대표팀 사령탑 선임은 차기 KBO 사무총장 선임 이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KBO는 11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연임한 허구연(73) 총재와 손발을 맞출 새 사무총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KBO 관계자는 8일 본지에 “사무총장 선임 이후 준비된 절차에 따라 선임 작업이 진행될 것이다. 담당 팀에서 감독 후보 선정 등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KBO는 차기 사령탑의 최우선 과제를 세대교체로 보고, 선임 기준으로 젊은 리더십과 데이터 야구에 대한 이해도를 꼽고 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23 APBC 준우승을 이끈 류중일(61) 감독 등 여러 야구인이 감독 후보로 거론된다.

신임 대표팀 감독의 데뷔전은 오는 3월 미국프로야구 MLB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평가전이 될 수 있다. LA와 샌디에이고는 3월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MLB 정규리그 개막전을 치른다. 야구계에 따르면 두 팀은 한국 야구대표팀 또는 KBO리그 팀과 당 두 번씩 연습 경기를 벌일 가능성이 크다.

KBO는 대표팀과 MLB 팀의 평가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MLB 팀과 평가전은 오는 11월 프리미어12를 앞두고 새 야구대표팀을 향한 관심을 끌어올릴 좋은 기회다. KBO 관계자는 ”MLB 측과 평가전 추진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아무래도 관심이 큰 이벤트고, MLB 팀과 평가전을 원하는 프로 팀이 많아서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KBO는 대표팀 경쟁력 향상을 위해 다른 나라 대표팀과 평가전을 상시로 열 계획이다. 라이벌 일본과 정기전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15년 전임감독제를 도입한 일본은 매년 다른 나와 평가전을 열고 있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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