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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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이정인 기자] 야구계의 관심을 끌었던 향후 3년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권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가 8일 베일을 벗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은 이날 “2024~2026년 KBO리그 유무선(뉴미디어) 중계권 사업 우선 협상 대상자로 CJ ENM을 선정했다"며 "CJ ENM과 세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협상이 최종 완료되면 계약 규모와 주요 사항을 발표하겠다"고 발표했다.

KBO 사무국은 지난해 12월 4일 유무선 중계권 사업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해 지난 3일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이어 5일 기술평가를 진행했다.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LG유플러스·SK텔레콤·아프리카 TV)과 에이클라엔터테인먼트(스포티비나우) CJ ENM(티빙)까지 3곳이 입찰했다.

지난 2019년에는 통신·포털 연합(네이버,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카카오 다음)이 5년 동안 뉴미디어 중계권을 가져갔다. 이번엔 달랐다. CJ E&M이 최종 승자가 됐다. 업계에서는 CJ ENM이 연 400~450억 원의 입찰액을 써낸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2019년 포털·통신 연합이 5년간 중계권을 획득하며 낸 당시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액, 연평균 220억 원의 두 배 가까운 액수다.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 유료화 시대 올까
                                                                                                       
CJ E&M이 뉴미디어 중계권을 따냄에 따라 야구팬들의 프로야구 콘텐츠 소비 방식은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CJ E&M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을 운영하고 있다. CJ E&M이 포털과 아프리카에 중계권을 재판매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야구팬들은 앞으로 티빙을 통해서만 프로야구 중계를 보게 된다.

야구계 관계자들과 팬들 사이에선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 유료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티빙이 유료 결제한 고객만 프로야구 경기를 시청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럴 경우 보편적 시청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일각에선 OTT 서비스가 보편화하고 있고, 중계권을 따낸 업체가 수익을 내려면 유료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LG 트윈스 팬인 직장인 홍 모(31) 씨는 “평소 즐겨보던 OTT에서 야구 중계까지 한 번에 볼 수 있어서 기대가 되지만, 중장년층이나 노인층은 야구 시청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것도 같다”면서도 “타 종목도 유료화가 된 경우가 있는데 KBO리그에만 무료를 고집하는 건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를 전면 유료화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광고가 포함된 일반화질 중계는 무료로 제공하고, 유료 회원에겐 고화질과 추가 기능을 제공하는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티빙은 9일 "KBO 성장 가능성에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시청 경험을 개선하며 디지털 재미를 극대화함으로써 KBO 흥행과 야구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신개념 디지털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우선 구단별 채널 운영과 2번의 클릭으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는 시청 환경 구현, 멀티뷰 분할 시청 지원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청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 /쿠팡플레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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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왜 스포츠에 열광하나
 
최근 OTT 업체들은 스포츠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티빙의 라이벌인 쿠팡플레이는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등의 국내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고, 손흥민(32)의 토트넘 홋스퍼 방한 경기 등을 생중계했다. 오는 3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서울시리즈 독점 중계권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는 지난해 골프 대회인 '넷플릭스컵’을 중계하며 처음으로 스포츠 생중계에 나섰다. 또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61)을 다룬 ‘라스트 댄스’,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49)의 일대기를 담은 ‘베컴’ 등 스포츠 관련 다큐멘터리도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애플TV+는 미국 프로스포츠리그 중계권 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2022년 4월부터 메이저리그 생중계를 시작한 데 이어 미국프로축구를 2032년까지 10년간 독점 중계하기로 했다.

스포츠 콘텐츠는 고정 팬층이 탄탄하다. 스포츠 중계권을 확보하면 수개월 이상 실시간 콘텐츠 제공으로 가입자를 묶어둘 수 있고, 가입자 증가도 노려볼 수 있다. 실제 손흥민 방한 경기를 독점 중계한 쿠팡플레이는 2022년 6월 순 이용자가 전월 대비 20% 가까이 올랐다. 또 스포츠 콘텐츠는 흥행 실패로 인한 막대한 손실 위험성이 큰 영화나 드라마에 비해 스포츠 생중계는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부담이 적다.
국민 스포츠인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을 확보한 티빙도 야구팬층을 가입자로 끌어들인다면, 최근 성장이 정체된 구독자 규모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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