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 홈페이지 캡처
BAS 홈페이지 캡처

[한스경제=이현령 기자] 인류의 종말 가능성을 상징하는 ‘지구 종말 시계’가 올해 자정까지 90초 전으로 결정됐다. 지난해와 같은 시각이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핵과학자회(BAS)는 ‘지구 종말 시계(Doomsday Clock)’의 초침을 작년에 이어 자정까지 90초 전으로 결정했다.

올해 BAS는 핵 위협, 기후 변화, 새로운 생명공학의 오용, 인공지능(AI) 위험성 등을 근거로 시계를 설정했다.

레이젤 브론슨 BAS 회장은 “지난해와 같이 자정까지 90초 전으로 설정한 의미는 세계가 안정적이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세계가 매우 불안정하며 정부와 단체의 행동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BAS 측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종식되기 어려워 보이며, 지난 1년간 러시아의 동향을 토대로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심각하다는 점을 우려했다. 또 하마스와 핵무기를 보유한 이스라엘 간의 전쟁으로 더 큰 전쟁이 일어나 더 많은 핵보유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BAS 측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온난화를 멈추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에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청정에너지에 대해 사상 최대 규모인 1조 7천억 달러를 투자했으나, 동시에 1조 달러 가량이 화석 연료에 투자돼 상쇄됐다고 했다.

생명공학에 대해서는 개인이 인공지능을 통해 생명공학을 오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충분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대형 언어 모델을 가진 인공지능을 사용해 많은 동물, 식물 등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생물 무기를 획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BAS 측은 AI의 비약적인 발전에 대해 “허위 정보를 확대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AI를 통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보 환경이 훼손될 수 있으며 AI가 퍼뜨린 잘못된 정보로 인해 핵 위험성, 기후 변화 등 전 세계의 행동이 필요한 문제에 대해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고 했다.

BAS 집행위원장 제리 브라운은 “미국, 중국, 러시아 세계 3대 강대국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시곗바늘이 자정에서 멀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구 종말 시계란 실제 시계가 아니라, 분쟁·핵무기 등으로 인한 인류 최후의 날이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시계다. 1947년 과학자들은 인류에게 핵 위협을 경고하기 위해 이 시계를 설립했다. 처음 설립 당시 시계는 자정까지 7분 전으로 설정됐으며, 시계의 자정은 인류의 종말을 의미한다.

지난 2007년 처음 기후변화가 지구 종말 시계의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그 이전에는 핵이 가장 큰 위협이었다. 시계가 종말에서 가장 먼 시간을 가리켰을 때는 자정까지 17분 전으로, 1991년 공산 체제가 붕괴했을 때다.

이현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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