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포스코가 ‘권오준 리스크’에 빠졌다. 포스코 재기 1등 공신인 권 회장이 최근 최순실 게이트 개입 의혹에 휘말린 것. 업계는 포스코가 CEO리스크를 극복하고 권 회장을 지킬 수 있을 지 이달 말 연임 결정에 주목하고 있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한국철강협회 회장 자격으로 10일 철강협회 신년사에 참석했다. 이날 연임에 대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

외압만 없다면 권 회장 연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권 회장은 포스코가 사업 확장 실패, 정준양 전 회장 중도 사임 등으로 내홍을 겪던 2014년 3월 취임했다. 이후 다양한 정책을 통해 포스코를 다시 세계 수준의 기업으로 돌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는 구조조정이다. 권 회장은 취임 후 2014년 7월부터 부실 기업에 대한 매각 작업을 단행했다. 당초 목표는 149건. 최근까지 98건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작년 3분기 기준 부채 총계를 31조8,497억여원으로, 2014년 12월 말(39조9,608억여원)보다 20% 이상 줄였다.

포스코가 본업인 철강에 집중하도록 체질개선에도 성공했다. 철강업계가 중국발 과잉 공급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권 회장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도록 독려했다. 중국산 저가 제품과 차별화 전략을 쓰자고 나선 것이다.

그 결과가 월드프리미엄(WP)이다. WP는 판매 이윤이 일반 제품의 2배에 달하는 고부가가치강이다. 최근에는 판매량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포스코 대표상품으로 자리잡는 중이다. 작년 1분기에는 368만2,000t(톤)판매됐던 것이 3분기 들어 403만8,000톤까지 치솟았다. 판매 점유율로 보면 2013년 1분기 38%에서 3분기 48.1%로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작년 3분기 영업이익 1조343억원으로 업계 예상인 900억원을 훌쩍 넘는 깜짝 실적도 냈다. 2012년 3분기 이후 4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 복귀다. 같은 시기 무디스 신용등급도 3년 만에 다시 ‘안정적’으로 올라섰다.

포스코가 권 회장 연임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바로 이 같은 개혁 드라이브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권 회장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며 연임 의지를 꾸준히 밝혀왔다. 구조조정뿐 아니라 연구 개발 단계에 있는 리튬 추출 기술 등 고유 기술을 상업화하는 등 신성장동력 확보 등 내용은 더 다양하다.

후계자가 없다는 사실도 권 회장 연임 정당성을 뒷받침해준다. 현재 권 회장이 없으면 포스코 회장에 오를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권 회장이 연임을 하면 후계자 양성에 착수할 것을 공공연히 밝혀온 만큼, 권 회장이 연임을 하게 되면 포스코는 자연스럽게 다음 세대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권 회장 연임이 포스코가 ‘CEO 리스크’ 에서 한 발 벗어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순실 씨 입김으로 회장에 임명됐다거나 자회사 포레카를 최 씨 측근에 넘기려 했다는 등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권 회장. 만약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포스코가 연임을 결정한다면 대외적으로 독립성을 확인시켜줄 수 있다.

한편 포스코는 CEO 임명에서 끊임없는 외압에 시달려왔다. 외국인 자본이 50%를 넘고 자본율 10% 이상인 대주주도 국민연금 밖에 없는 '주인없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특히 정준양 전 회장은 파격적인 임명 과정, 저조한 실적에도 연임 성공, 정권이 바뀌면서 중도 사임한 대표적인 포스코의 ‘CEO 리스크’ 사례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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