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수요둔화 장기화, 중국발 공급과잉, 원가경쟁력 약화 3중고
업계, 배터리·수소·CCUS 기술 개발 등으로 사업 재편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 연합뉴스
롯데케미칼 울산공장 / 연합뉴스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석유화학 업계가 올한해 부정적 업황과 전망이 팽배해지자 고부가·친환경 기술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 자급률 제고에 따른 역내 공급 확대로 인해 기존 사업만으로는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주요국들이 2050년 넷제로(Net-zero) 달성 목표를 수립하고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글로벌 규제가 확대되는 등 갈수록 석유화학 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석유화학 업계에 드리운 장기 리스크

석유화학 산업에 드리운 그림자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부터 수요둔화 장기화 우려, 중국발 공급과잉 심화, 원가경쟁력 약화란 3중고가 본격적으로 업계를 옥죌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 중국 부동산 경기침체 등 주요 전방산업의 수요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어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발 공급과잉 심화도 보인다. 역시 업황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은 2020~24년 약 4,500만t 규모로 확대되는 가운데 이 중 2,500만t이 중국에서 공급될 예정이다. 중국의 자급률 제고 정책이 지속되고 있어 앞으로도 공급과잉이 심화되고 장기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원가경쟁력 약화도 석유화학 업계를 짓누르고 있는 악재다. 장기적으로 나프타분해설비 대비 에탄분해설비의 원가경쟁력 우위가 지속되며 나프타분해설비 중심의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원가 부담이 이어질 전망이다.

성동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공급과잉 구조로 향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차별적인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범용제품 중심에서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 전환하는 등 사업구조 다각화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사업구조 다각화 나선 석유화학 업계

이에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사업성이 없는 사업은 정리하고 신사업을 중심으로 한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화학 사업을 축소하고 2차전지 소재, 친환경 소재, 글로벌 신약 등 신성장동력에 집중하고 있다. 2030년까지 신성장동력 매출 비중을 2022년 21%에서 57%까지 끌어 올린다는 목표다.

LG화학은 여수 NCC 2공장 매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NCC 2공장 매각에 대해 “회사 전략과 맞지 않는 사업과 한계 사업은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계가 부정적인 시황에 따라 고부가·친환경 기술전환을 가속화 하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여수 CNT 1·2·3공장 / 연합뉴스
석유화학 업계가 부정적인 시황에 따라 고부가·친환경 기술전환을 가속화 하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여수 CNT 1·2·3공장 / 연합뉴스

롯데케미칼도 파키스탄 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사업성이 없는 분야는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소재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생산 판매 자회사인 LCPL(LOTTE CHEMICAL Pakistan Limited) 보유지분 75.01% 전량을 약 1,924억원에 매각했다.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사업 강화를 위해 비핵심 해외 사업 매각한 것”이라며 “석유화학 제품인 PE, PP, PET 등의 고부가화와 스페셜티 사업 확대, 친환경 소재 사업군 진출 등에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 매출 목표 50조원 중 고부가 스페셜티와 친환경 소재사업 매출만 약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금호석유화학 2026년까지 연 매출 1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이중 친환경 사업 매출 2조원, 신사업 매출 2조원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적용되는 탄소나노튜브(CNT, Carbon Nanotube)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탄소나노튜브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반도체 공정 트레이, 자동차 정전도장 외장재, 면상발열체 등에 쓰이며 전기와 전자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줘 2차 전지의 핵심 도전재로 쓰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탄소나노튜브를 적용할 경우, 기존 소재 대비 10% 이상 전도도가 증가하며 이로 인해 배터리 용량과 수명 또한 증가한다”며 “현재 2차 전지업체와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중으로 향후 시장 성장에 맞춰 생산 설비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동원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탄소중립 시대에 유망한 배터리, 수소,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재활용 부문에서 신규 사업 기회를 포착해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통한 시장 선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권선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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