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美 반도체업계, 정부에 “평평한 경기장…다자 수출통제 체제 구축 필요”
대중국 반도체 수출에 타격…중국의 장비 국산화 가속화할듯
미국 반도체 업계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 기업도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업계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 기업도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정연 기자] 미국 반도체 업계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 기업도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가 이를 수용할 경우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미국 정부 관보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달 17일 미 상무국 산업안보국(BIS)에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가 동맹국보다 복잡하고 포괄적이라 미국 기업들이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제출했다.

SIA는 미국 기업은 수출통제 대상 목록에 명시되지 않은 품목이라도 첨단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면 중국에 일체 수출할 수 없고 이미 판매한 장비에 대한 지원 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 한국, 대만, 네덜란드 등의 외국 경쟁사들은 수출통제 대상이 아닌 장비를 중국 첨단 반도체 공장에 수출할 수 있고 이에 관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는 미국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SIA는 미국 반도체 산업 대표 단체로 인텔·퀄컴·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KLA 등 미국의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도 각자 의견서를 내고 유럽연합, 한국, 일본 등 다른 동맹국의 경쟁사와 미국 기업 간 “평평한 규제 경기장”을 요구했다.

이에 SIA는 미국 정부가 한국 등의 동맹국도 유사한 수출 통제를 도입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과 다른 반도체 장비 생산국들이 같은 품목을 통제하고 같은 허가 절차를 두는 다자 수출 통제를 제안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수출통제를 총괄하는 엘렌 에스테베스 상무부 산업안보차관은 첨단기술이 적국에 넘어가지 않도록 한국 등 동맹국과 새로운 다자 수출통제 체제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수출 통제가 동맹국으로 확대된다면 향후 대중 반도체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2022년 기준 국내 전체 반도체 장비 수출액(24억4650만달러)의 56%(13억7082만달러)를 차지할 만큼 한국에 절대적인 시장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해 11월 ‘미국 반도체 수출통제 확대 조치의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의 수출통제 확대 조치로 인해 중국의 반도체 제조 장비 국산화 노력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중국 반도체 제조 장비의 부상은 가까운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에 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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