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후솔루션, 한전발 금융시장 위기요인 분석
"올해 최대 30조원가량 채권 발행 가능"
회사채 줄였지만...단기사채·기업어음 발행량 증가
한국전력 본사 전경. / 한전 제공. 
한국전력 본사 전경. / 한전 제공.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한국전력이 최악의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올해 '한전채 블랙홀' 증상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단기사채, 기업어음의 대거 발행까지 더해 '3중 위험'이 불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솔루션은 올해 한전발 금융위기 가능성을 짚은 '기후위기에서 경제위기로:한국전력 적자 및 채권 발행 영향과 대응 과제' 보고서를 6일 발표했다. 한전은 지금까지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화석연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한전은 회사채를 대거 발행했다. 이에 채권 시장의 자금을 고갈시키고 금융 불안을 가중한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회사가 자금이 필요할 경우 △회사채 △단기사채 △기업어음등 3가지가 대표적 수단으로 꼽힌다. 회사채는 빌린 돈을 갚는 만기 일자가 통상 2~3년이상으로 긴 채권인 반면 단기사채나 기업어음은 1년미만인 단기자금 조달수단이다. 

보고서는 채권 시장의 경우 지난해 '한전채 블랙홀' 현상이 올해 재발할 기미가 보인다고 봤다. 지난 2년간 누적적자가 50조원에 달한 한전은 채권 발행을 지속해왔다. 지난해 12월 자회사 중간배당, 지분매각 등으로 사채발행한도를 확대했다. 올해 만기 도래가 예정된 채권의 액수가 20조원가량이다. 그러나 흑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이는 다시 채권 발행 등으로 다시 막을 가능성이 크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한전은 올해 19조원의 채권이 만기가 도래하고, 채권 발행한도가 늘어나면서 올해 최대 30조원가량의 채권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또 다시 경제 전반의 불안정성을 야기할 수 있다. 정책 당국의 감독 강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31조원, 2023년 12조원이 발행된 한전 채권은 관련 채권 발행 시장(한전채와 유사한 공기업 특수채·일반 회사채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1년 9%에서 2022년 29%로 급증했다. 이에 일반회사채 발행량은 30% 감소했고, 2023년 채권시장 비중도 12%로 줄었다. 다만 비중이 다시 늘어날 위험은 여전하다고 봤다. 

단기사채 시장에서 한국전력의 비중. / 기후솔루션 제공. 
단기사채 시장에서 한국전력의 비중. / 기후솔루션 제공. 

아울러 한전은 회사채 발행을 줄인 대신 단기사채와 기업어음을 늘려 다른 위험을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하반기부터 발행량이 급증한 한전 단기사채는 2022년 전체 단기사채의 15%, 2023년 12%를 차지했다. 기업어음의 경우 2023년 발행량이 증가해 전체 기업어음 중 비중이 2021년과 2022년 8%가량에서 2023년 11%로 증가했다. 각각 금융 시장에서 한전 발행 비중이 눈에 띌 정도로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고동현 팀장은 "2022년부터 2년여간 이어진 한전의 위기는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이 기후위기 뿐만 아니라 타 산업, 국가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한전발 금융시장 불안정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 당국의 감독 강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진선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장은 "한전의 적자 해소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도 필요하지만,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 산업 구조 개편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며 "화석연료 중심 발전을 우대해주는 현재 전력시장 구조하에서 한전의 발전자회사들은 화석연료 의존에서 빠르게 전환할 유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규 재생에너지 사업의 빠른 확산을 위해 화석연료 중심으로 설계된 전력시장의 거버넌스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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