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20년 타협 없어…집단행동 실행 시 보건의료 위기 단계 상향"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양미정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사단체, 전공의(인턴·레지던트)·의대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준비를 하면서 정부가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꾸려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고, 개정된 의료법 등에 따라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면허 취소'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겠다고 경고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020년 의사단체의 집단 휴진 때 정부가 보인 '타협'은 없다. 불법 집단행동 시 관련 법에 따라 단호히 조처하겠다"며 "집단행동 실행 시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심각'으로 상향, 중수본을 총리 주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로 개편해 강력한 리더십이 발휘될 것"이라는 확고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맞서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7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뒤 투쟁을 이끌 비대위원장으로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을 선출한 의협은 설 연휴 이후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의협은 오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여는 데 이어 17일에는 서울에서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집단행동 시 의협보다 더 파급력이 큰 집단으로 꼽히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역시 전공의 1만여명의 88%가 집단행동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설문 결과를 내놓는 등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른바 '빅5'(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서울성모병원) 병원 관계자들은 이러한 전공의 단체의 움직임에 대비해 지난 2020년에 준하는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집단행동에 대한 별다른 소식을 접하지 못했지만 병원 입장에서 환자 편의가 최우선인 만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응급실 이용 및 수술,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의사단체들의 이런 움직임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물론 법무부, 경찰청 등 범부처도 함께 대응에 나선다. 특히 정부가 파업 참여 의사에 대해 의료행위에 필요한 면허를 박탈하는 '초강수'를 둘 가능성도 큰 상태다.

실제로 의료법에 따르면 집단으로 진료를 거부하면 업무 개시를 명령할 수 있는데, 여기에 따르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자격 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형도 받을 수 있다. 특히 개정된 의료법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실형·선고유예·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했다.

결국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의사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의료법에 따라 면허를 박탈당할 수 있게 된다.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하면 의사뿐만 아니라 그들이 몸담은 의료기관도 1년 범위에서 영업이 정지되거나 개설 취소, 폐쇄에 처할 수 있다. 의료법 외에도 응급의료법, 공정거래법, 형법(업무방해죄) 등으로도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응급의료법은 의료기관장이 종사자에게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한 근무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했는데, 이를 위반해 환자에게 중대한 불이익을 끼친 경우 6개월 이내 면허·자격정지 혹은 취소까지 할 수 있다. 또 공정거래법은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각 사업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만약 금지행위를 강행할 경우 사업자단체(의사단체)는 10억원 이내 과징금을 물게 되고, 단체장 등 개인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실제로 2000년 의약분업 추진으로 의협 차원의 집단휴진 사태가 벌어졌을 때 당시 의협 회장은 공정거래법과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면허가 취소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관계자는 "박단 대전협회장을 제외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며 "아직 비대위 구성 계획과 세부 일정 등은 아직 윤곽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입장 표명이 없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다만 집단행동을 한다는 것인지, 안 한다는 것인지 확인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계속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의 출발점이자 필수 과제다. 의대 증원에만 매몰되지 않고 지역 의료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필수 의료 분야 의사들의 사법 리스크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필수 의료 분야에서 공정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 개혁을 함께 추진하는 등의 폭넓은 의료계 지원책을 마련했다"며 "오직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만을 바라보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해 나가겠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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