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부산-도쿄·요코하마항, 부산-LA·LB항 녹색항로 전환 시 총 4241만tCO₂ 저감
“녹색해운항로 목적, 여러 유관산업의 지속가능성 향상”
미국 타코마항 / 타코마항만 제공
미국 타코마항 / 타코마항만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해야 하는 글로벌 해운업계는 친환경 항만을 필두로 녹색해운항로(Green Shipping Corridor) 구축에 뛰어들고 있다. 국내도 미국, 호주, 싱가포르, 영국과 녹색항로 구축을 논의하는 등 발빠르게 뒤따라가고 있다. 이에 상호 간 해상물동량이 많은 한국과 미국, 일본 3개국이 녹색해운항로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 세계 해운업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 급증했다. 선박 보유 기준 세계 8위인 한국도 2022년 2873만tCO₂을 배출해 10년전 보다 15% 증가했다. 특히 국제친환경교통위원회(ICCT)에 따르면, 향후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없을 경우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8년 대비 130% 증가할 전망이다.

세계 해운업계는 친환경 항만을 연결한 녹색해운항로를 국가 간 구축해 탄소중립을 달성할 계획이다. 녹색해운항로는 통상적으로 연결된 2개 이상의 친환경 항만을 무탄소 선박을 통해 운항하는 항로를 의미한다.

지난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22개국은 클라이드뱅크 선언(Clydebank Declaration)에 서명했다. 클라이드뱅크 선언은 2025년까지 참여국 간 최소 6개 이상의 녹색해운항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선언 이후 작년 12월까지 전 세계에서 20개의 녹색항로가 발표됐다.

세계해사포럼(WMF) 조사 결과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녹색해운항로 이니셔티브는 44개가 발표됐다. 이는 2022년 21개에서 2배 증가한 수치이다. WTF는 “올해는 녹색해운항로의 중추적인 해”라고 강조했다.

국내는 이듬해 COP27에서 녹색해운항로 구축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녹색해운항로 구축에 노력하겠다 발표했다. 현재 국내는 부산항-미국 타코마항 간의 예비타당성 검토를 완료했으며, 호주, 싱가포르, 영국과는 녹색해운항로 구축을 논의 중이다.

국내기후단체 기후솔루션(SFOC) 염정훈 해운담당 책임은 13일 ‘국제해운 탄소중립을 위한 한미일 녹색해운항로 구축’ 보고서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녹색해운항로 구축을 강조한 만큼, 정부 주도의 녹색항로는 근본적인 감축을 통한 배출량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며 “국내서 물동량이 가장 많은 부산항, 광양항, 인천항 모두 일본 도쿄·요코하마항, 미국 LA·롱비치(LB)항과 녹색항로를 구축할 때 가장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만약 시범항로를 구축한다면, 부산-요코하마·도쿄-LA·LB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일 추천 녹색해운항로 / 보고서 ‘국제해운 탄소중립을 위한 한미일 녹색해운항로 구축’ 내 발췌
한미일 추천 녹색해운항로 / 보고서 ‘국제해운 탄소중립을 위한 한미일 녹색해운항로 구축’ 내 발췌

보고서는 부산-도쿄·요코하마항과 부산-LA·LB 항 두 항로를 녹색해운항로로 전환할 경우 각 2062만 tCO₂(이산화탄소 톤), 2059만 tCO₂로, 총 4121만 tCO₂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는 2022년 기준 국내 전체 배출량의 6.3%에 달하는 규모다.

염 책임은 “진정한 녹색해운항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항만, 해운사, 정부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한 역할과 책임을 해야 한다”며 “녹색항로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에서 관련 법과 계획을 정비한다면 긍정적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녹색해운항로의 목적은 여러 유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는데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균, “미래 탈탄소 시대의 경쟁력, 친환경 연료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한가”

녹색해운항로는 해양생태계 전반에 걸쳐 대체 연료공급망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가속화한다.

‘2024 해운수산전망대회’에서 발표 중인 박한선 KMI 해사산업연구실장 / 김정연 기자
‘2024 해운수산전망대회’에서 발표 중인 박한선 KMI 해사산업연구실장 / 김정연 기자

지난 1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개최한 ‘2024 해운수산전망대회’에서 박한선 해사산업연구실장은 지난 1년간 진행한 부산항-미국 타코마·시애틀항 간의 사전타당성연구 조사결과를 공유하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암모니아, 메탄올 등 무탄소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항만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2040년이 되면 친환경 항만의 매출량이 기존 화물만 움직이던 항만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는 친환경 선박들이 항만 내 벙커링 가능 여부에 따라 입항을 결정할 것이다. 만약 항만 인프라를 넓혀가는 상용화 단계에서 항만 내 연료 이용이 불가하다면 추가적인 비용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24 해운수산전망대회’ 중 토론세션(왼쪽에서 두번째가 울산항만공사 김재균 사장) / 김정연 기자
‘2024 해운수산전망대회’ 중 토론세션(왼쪽에서 두번째가 울산항만공사 김재균 사장) / 김정연 기자

이날 김재균 울산항만공사(UPA) 사장은 “과거에는 선박이 해운의 경쟁력이었다면, 미래 탈탄소 시대의 경쟁력은 친환경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지 여부이다”라며 “친환경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항만끼리 연결한 것이 결국 녹색해운항로가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체 화물 중 80%가 액체화물인 울산항은 지난해 전 세계 최초로 초대형 컨테이너선박에 메탄올 연료 주입에 성공했다. 김 사장은 “2026년 2월 초대형 암모니아 추진선이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서 인도될 예정이다. 메탄올과 같이 암모니아를 연료로 변환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각종 법령 개선이나 안전 절차가 필요하다”며 “남은 2년간 제도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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