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전 국회 부대변인)
임병식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전 국회 부대변인)

조국 전 장관이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두 가지 생각이 스쳤다. 첫째는 "참 뻔뻔하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우리사회는 조국 사태로 갈가리 찢겼다. 조국은 특권과 반칙의 상징이 됐고, 나라는 두 쪽으로 갈려 심한 내전을 치렀다. 민주당은 정권까지 내줬다. 조국은 그동안 여러 번 사죄했다고 하지만 국민들은 공감하지 않는다. 아직도 조국 일가가 초래한 분열과 반목의 후유증은 깊다. 입시 비리 혐의로 재판 받는 4년여 동안 조국 일가가 보인 행태에 동의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그들은 끊임없이 피해자 코스프레로 일관했다. 표창을 위조하고 거짓 인턴증명을 발급받은 잡범임에도 정치적 신념 때문에 억압받는 것처럼 행동했다.

국민들이 뻔뻔하다고 여기는 건 이 때문이다. '멸문지화'에 가까운 조 전 장관의 심경을 안타깝게 여기는 국민도 적지 않다. 하지만 사법부 판단은 그렇지 않다. 재판부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와 관련 검찰 기소를 대부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7일 조 전 장관에 대해 징역 2년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날, 조국 부인 정경심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앞서 정경심은 2022년 1월, 7개 혐의에서 모두 유죄가 입증돼 징역 4년 벌금 5000만원, 추징금 1600만원이 확정돼 실형을 살았다. 조국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을 발급한 최강욱 또한 2023년 9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재판부가 입시 비리를 무겁게 판단하는 건 어떤 경우라도 훼손 돼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 때문이다. 기형적이지만 대학입시가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건 현실이다. 공정이 무너지면 입시제도는 유지하기 어렵다. 조국 일가가 아니라도 누구든 입시 제도를 훼손하면 무거운 처벌을 각오해야 한다. 조국 일가는 특권과 반칙으로 입시 제도를 무력화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기소 이후 지난 4년여 동안 상식을 뛰어넘는 행동을 보였다. 조국은 정치 보복이라며 끊임없이 검찰을 탓했다. 조민은 셀럽을 자처하며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이어갔다. 또 두 사람은 전국을 돌며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급기야 신당을 창당한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2심 재판부는 7일 "원심 판단(징역 2년)을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다"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재판장은 "피고인 조국은 1심이나 2심 법원에서 범행을 인정하거나 잘못을 반성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전 장관이 여러 차례 사과했던 것에 대해선 "범죄사실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는 사과 또는 유감 표명을 '진지한 반성'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마디로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진정성 없는 형식적 사과라는 말이다. 신당 창당도 이 같은 의식 상태에서 나온 것이라 짐작된다. 잘못한 게 없고, 부당하니 어떤 방법으로든 바로잡아야 한다. 아마 조국에게 신당은 정의를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

조국은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우겠다. 민주공화국 가치 회복을 위한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했다. 이 말에 공감할 국민은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신당을 만들고 출마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다. 하지만 그럴 자격과 명분이 있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조 전 장관에게 필요한 건 자숙과 자중이다. 그는 지난 7일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을 받았다. 그런데도 사과는커녕 2심 선고 엿새 만에 신당 창당과 총선 출마를 밝혔다. 이러니 국회가 범죄자가 도망가는 곳이냐는 여당 비판은 과하지 않다. 지금 조 전 장관에게 필요한 일은 진정한 반성과 사과지 또 분열을 초래할 신당 창당은 아니다.

오죽하면 진보언론조차 신당 창당을 비판할까 싶다. 경향신문은 사과하고 인정받는 게 우선이라며 "대법원 판결 이후 사법 리스크가 엄존하는 시점에 정계 진출부터 강행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1, 2심 유죄 판결은 결코 가볍지 않고, 총선이 개인의 명예회복 무대가 되기엔 소모적 공방 또한 크고 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겨레 또한 '조국 총선 참여, 국민이 납득하겠나'라는 사설에서 "먼저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라면서 "유죄 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총선에 뛰어드는 건 사법부 판단을 거부하는 것이며, 설령 총선에서 이기더라도 사법적 판단을 무효화하거나,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두 번째 드는 생각은 "참 싸가지 없다"는 것이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싸가지 없는 정치'라는 책에서 "싸가지는 욕설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예의나 배려가 없는 독선과 오만"이라고 했다. 조국과 송영길 같은 부류에게 이를 확인한다. 만일 국민에 대한 예의나 배려를 가졌다면 조국은 신당 창당이라는 '싸가지 없는'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 대표 당선을 위해 불법 정치자금을 주거나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영길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최근 '정치검찰해체당' 발기인 대회를 열고 창당 절차를 본격화했는데, 둘 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뻔뻔하고 싸가지 없는 행동이다. 국민은 '불쏘시개'를 원하지 않는다. 뻔뻔함을 내려놓고 싸가지 있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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