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북한 방해 따돌리고 쿠바와 극비리에 수교
"北에 심리적 타격 가해…국제 사회 관심 쏠려"
주 몽골 대사 '갑질' 의혹. 28일 외교부는 '갑질' 의혹과 함께 한국 비자 발급과 관련해 브로커와 유착 관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주 몽골 대사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주 몽골 대사 '갑질' 의혹. 28일 외교부는 '갑질' 의혹과 함께 한국 비자 발급과 관련해 브로커와 유착 관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주 몽골 대사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다만 영원한 이해관계만 있을 뿐이다.' 헨리 존 템플 전 영국 총리의 격언이 이처럼 잘 어울리는 때가 있을까. 우리나라가 단 한차례도 외교관계가 없었던 쿠바와 전격적으로 수교했다. 그것도 북한의 '형제국'으로 불리는 공산주의 국가 쿠바를 상대로 말이다.

외교부는 지난 14일 밤 쿠바와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쿠바는 우리나라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 국제연합(이하 유엔) 회원국 중 우리나라가 수교를 맺지 않은 나라는 시리아만 남게 됐다.

양국의 수교는 철통 같은 보안 속에서 극비리에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2년간 치열한 외교적 노력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를 계기로 양국 외교장관 비공개 회담을 포함해 세 차례 접촉이 이뤄졌다. 이후 최근 설 연휴 기간 수교 협의가 급물살을 탔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최종 합의 보고가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이번 수교는 사회주의권 외교의 완결판"이라며 "북한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대세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히 보여준 사례다. 북한으로서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번 수교 결정은 다방면으로 분석할 수 있다. △지속적인 관계 유지가 결실을 맺었다는 점 △중남미의 새로운 거점을 통해 외교 지평을 넓힌 점 △쿠바가 심각한 경제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의리보다 실리를 택했다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주요 외신들도 수교 소식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AFP는 "북한의 오랜 동맹인 쿠바가 1959년 이후 파기된 한국과의 외교적 관계를 재건하고 있다"고 전했고, 로이터통신은 "한국이 북한의 냉전시대 동맹국 중 한 곳인 쿠바와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국 정부 당국자는 "각국은 그들 외교 관계의 성격을 결정할 주권적 권리가 있다"며 "미국과 한국 간 동맹은 여전하다"고 했다. 국무부 또한 "한국의 주권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유엔에서는 환영 메시지가 나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상 어떤 나라가 수교하면 우리도 통보를 받는다"라며 "더 많은 양자적 외교 관계 수립을 언제나 환영한다"라고 했다.

북한의 거센 반발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수교를 결단한 배경에는 극심한 경제난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바 관영언론 그란마와 국영 TV뉴스 카날카리베 등에 따르면 최근 쿠바에서 주민 배급용 닭고기를 대거 훔친 이들이 무더기로 당국에 적발됐고, 연료 부족으로 지난해 5월 1일 세계 노동절 행진을 취소하기도 했다. 여기에 쿠바의 주요 수입원이던 관광 산업도 코로나19로 타격이 컸다. 

북한입장에서 형제라고 믿었던 쿠바가 돌아서게 된 것이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와 쿠바의 수교 소식이 전해진 15일 김여정 북한 노동장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평양 방문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수교는 윤 정부의 새해 첫 외교 성과로 향후 긍정 평가를 이어갈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중남미에서 쿠바와 수교를 통해 한국의 외교 영향력 확대를 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협력하며 도발을 강화하는 북한에도 정치적·심리적 타격을 주게 됐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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