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양자 안보 협정에 서명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 연합뉴스
지난 1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양자 안보 협정에 서명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모습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방문을 연기한 것을 두고 러시아 소셜 네트워크(SNS)에서 음모론이 확산 중이다.

20일(현지 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우크라이나가 마크롱 대통령이 입국하면 암살하고 러시아에 누명을 씌우려 했다'는 가짜뉴스가 유포되고 있음을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2월 중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양자 안보 협정을 마무리 짓겠다고 발표했었다. 2월 13~14일로 알려졌던 일정은 막판에 취소됐다.

대신 지난 16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해 양자 안보 협정에 서명했다. 이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3월 중순 이전에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겠다며 변경된 일정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SNS 상엔 암살 시도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방문을 취소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퍼졌다.

친러시아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인 'Gabe'에는 "키이우 정권은 마크롱 대통령을 우크라이나로 유인해 암살한 후 그의 죽음을 러시아 탓으로 돌리고 서방으로부터 재정·군사 지원을 늘리려 시도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어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치명적인 도발 계획으로 우크라이나 방문을 취소했다. 이 시도는 프랑스 비밀 기관이 관련자들의 서신과 통화를 가로챈 덕분에 중단됐다"는 내용이 게시됐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통합러시아 의장) 역시 엑스에 "마크롱은 나치 키이우의 암살에 겁먹어 방문을 취소한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친러 성향의 SNS 계정들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이 정보의 출처는 '프랑스24'라는 한 프랑스 매체로 지목됐으나 이는 인공지능(AI)으로 조작된 딥페이크로 드러났다. 프랑스24 측은 SNS상에 유포된 동영상의 '화면'이 실제 방송된 프로그램은 맞지만 진행자의 발언은 가자지구 전쟁에 관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엘리제궁도 이런 암살 소문은 가짜 뉴스라는 입장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한 측근은 "방문 일정에 안전 문제는 전혀 없었다. 이 문제는 한 번도 제기된 적이 없다"고 AFP 통신에 전했다.

프랑스와 러시아 간 긴장은 지난달부터 점점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프랑스 용병 파견 의혹을 제기하며 정부·의회 차원에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엔 프랑스 용병이 없다"고 공식 부인하며 이러한 주장을 러시아의 정보 조작 선전전 활동으로 규정했다. 이달 초엔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에서 인도주의 구호 활동을 하던 프랑스인 두 명이 러시아 공격에 사망했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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