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율리아 나발나야 / 연합뉴스
유럽연합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한 율리아 나발나야 / 연합뉴스

[한스경제=이현령 기자]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가 남편의 사망 배후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지목하며 남편의 뒤를 잇겠다고 밝혔다.

19일(현지시각) 나발니의 아내 나발나야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남편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던 러시아 야권 정치인 나발니는 지난 16일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그가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로 이송된 지 2개월 만의 일이다.

러시아 교정 당국은 나발니가 산책 후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나발니의 시신에서는 극심한 경련을 일으킨 사람을 붙잡을 때 발생하는 멍 자국들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발니의 시신이 안치된 곳의 위치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나발니의 모친도 아들(나발니)의 시신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발니의 사망 이후 아내인 율리아 나발나야가 남편의 유지를 이어 야권 세력의 중심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발나야는 19일 SNS에 올린 동영상 성명에서 "나는 (남편)알렉세이 나발니가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며 우리나라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나발나야는 푸틴 대통령이 나발니를 죽인 이유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곧 그 이유를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나발니의 측근들도 이메일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나발니 살해와 관련된 제보를 받고 있다.

나발나야는 앞선 뮌헨안보회의 중 남편의 사망 소식을 듣고 푸틴 대통령과 그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당초 나발니의 투옥의 부당함과 러시아 상황을 호소하기 위해 참석했으나, 남편 나발니의 부고 소식을 접한 뒤 “푸틴 대통령과 푸틴의 친구들 그리고 그의 정부가 우리나라와 우리 가족에게 행한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의 사망 소식에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나발니의 사인을 밝히는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푸틴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서는 “추가로 말할 것이 없다”라고 했다.

국제사회는 나발니의 사망에 대해 푸틴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나발니의 사망 소식이 접한 뒤 “푸틴이 나발니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대해 추가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의 정적 제거 의혹은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푸틴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전 러시아 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는 그 유명한 방사능 홍차를 마신 뒤 사망했으며, 푸틴 대통령 반대 운동을 이끈 보리스 넴초프 전 부총리는 모스크바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숨졌다. 최근 푸틴 정부에 대해 무장 반란을 일으켰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항공기가 추락해 사망했다.

과거 나발니가 독살 시도를 받았을 때도 푸틴 대통령은 그 배후로 의심을 받았다. 지난 2020년 나발니는 공항에서 차를 마신 후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였다. 죽음의 고비를 넘긴 나발니는 러시아에 곧바로 체포돼 지난 2014년 기부금 횡령 등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이후 그는 법정 모욕 혐의, 극단주의 조직을 만들어 활동한 혐의 등이 더해져 총 30년이 넘는 형량을 선고받았다. 

이에 당시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 최고 대표는 극단주의 혐의란 모호하다며, “러시아에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법제도를 도구화한 게 아닐까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현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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