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모든 사례 불완전판매 낙인.."소비자보호 장치 작동되지 않아"
/금융감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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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박종훈 기자] 홍콩 H지수 기초 ELS 상품 관련 대규모 손실사태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모든 사례를 불완전판매로 규정하는 등, 칼을 빼들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11일 오전,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잠정) 및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이 중 가장 큰 관심을 끈 내용은 배상 기준과 관련한 것이지만, 무엇보다 과거 파생결합증권(DLF) 사태 때보다 더 엄중하게 결론을 내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배상의 내용은 기본 비율에 개인별 가감요인을 더하고 빼서 최종 비율을 산출한다는 점은 대동소이하다. 다만 DLF 사태 때는 개별 사례에서 불완전판매로 인정된 경우에만 배상책임이 적용되도록 했다는 점은 다르다.

금감원은 "검사결과에 따르면 판매사들은 지난 DLF 및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소비자보호법' 등 소비자보호 규제 및 절차가 대폭 강화됐음에도 불구, 이러한 소비자보호 장치들이 실제 판매과정에선 그 취지에 맞게 충실히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결과를 평했다.

이는 크게 ▲무리한 실적경쟁 조장(판매정책·고객보호 관리체계 미흡) ▲고객 투자성향 고려 소홀(판매시스템 부실) ▲영업점 단위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2020년 초 코로나19에 따른 주가 급락 이후 양적완화에 따라 각국의 주가지수 변동성이 확대됐다. 또한 2020년 11월에는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투자자의 중국군 연계 중국기업 투자금지를 시행했다.

이와 같은 H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판매사들은 오히려 영업목표를 상향하고, 영업점에서 ELS 판매를 확대하도록 성과지표를 설계했다는 게 금감원의 발표 내용이다. 이처럼 전사적으로 판매를 독려하면서도, 일부 판매사는 상품 판매한도를 상향하도록 리스크관리 기준을 변경하고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등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히 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또한 금감원은 위험상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상품판매가 가능하도록 상품판매 기준을 임의조정한 사례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일부 판매사들은 투자자 성향분석 시 필수 확인항목을 누락하고 ’손실감내수준 20% 미만‘·’단기투자희망‘ 등의 고난도 장기위험상품에 부적합한 투자자에게 판매가 가능하도록 판매시스템을 설계한 경우가 발견됐으며, ELS 상품 판매시 설명해야 하는 손실위험 시나리오, 투자위험등급 유의사항 등을 누락하거나 왜곡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아울러 판매정책·판매시스템이 고객최우선 원칙이 아닌 판매사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설계·운영됨에 따라 영업점의 개별 판매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였으며,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에게 투자성향을 상향하도록 유도하거나, 청력이 약한 고령투자자에게 상품내용을 ’이해했다‘고 답하도록 요청하고, 영업점 방문이 어렵다는 투자자를 대신해 투자성향진단설문지, 상품가입신청서 등을 대리 작성·서명하는 사례들도 발견됐다고 밝혔다.

금융권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는 배상비율은 분쟁조정기준(안)에서 구체화된다. 하지만 개별 사안에 따라 시시비비가 일 수 있어 여전히 논란일 것으로 보인다.

기준안은 과거 DLF·사모펀드 사태 등의 대규모 분쟁 사례에서의 처리 원칙과 방식, 절차를 참고해 마련됐다. 그러나 이번 SLF 사태의 특수성이나 상품 특성, 판매채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례에 비해 보다 정교하게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가령 과거와 달리 ELS는 공모 형식으로 상대적으로 대중화·정형화된 상품이란 것이다. 즉 다수의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됐고 피해 규모도 넓을 것이란 판단이다. 가령 DLF의 경우 2019년 8월 7일 기준, 총 판매금액이 7950억원이고 상품구조가 매우 복잡(초고위험)하며, 사모방식 판매였지만 ELS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총 판매금액이 18조 8000억원 규모이며, 공모방식 판매였다.

대체로 투자자의 연령대가 높고 조기상환이 가능한 상품구조상 반복적으로 가입한 투자자들이 다수라는 점도 고려됐다.

아울러 상품이 장기간에 걸쳐 판매됐기 때문에 시점에 따라 관련 법규 적용시기가 상이하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가령 2021년 3월 25일부터 금소법이 시행됐고, 같은 해 5월 10일부터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규제 강화 등이 시행됐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배상비율을 구체적으로 보면 우선 기본배상비율이 20~40%이다. 여기에 판매사 별 가중치가 3~10%이다. 즉 판매사 요인으로 결정되는 배상비율이 23~50% 사이란 의미다.

여기에 투자자별 가산 비율이 최대 45%이며, 투자자별 차감 요인도 최대 -45%까지 고려되고, 기타 요인이 10% 내외서 더하고 빼진다.

23~50%에 달하는 판매사 요인은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등의 판매원칙 위반 여부와 판매정책 및 소비자보호 관리체계 부실 여하에 따라 결정된다.

금융감독원은 사례에 따라 100% 배상 또는 0% 배상도 가능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투자자별 배상비율은 금번 조정기준안을 토대로 산정될 것이며, 현 시점에서 배상비율 범위·분포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애초에 사태 자체를 전부 '불완전판매'로 규정한 바, 이 수치는 기본 배상비율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다만 판매자나 투자자 일방의 책임만 인정되는 경우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단서는 달고 있다.

45% 수준이 가감되거나 차감되는 투자자 요인은 판매사의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 보호 소홀, 투자자의 과거 ELS 투자경험 및 금융상품 이해도 등 과실사유에 따라 개별 투자자건별로 배상비율이 가감된다. 이를 포함해 일반화하기 곤란한 내용 등의 기타 조정요인 등이 향후 소송 등 법적다툼이 이어질 수 있는 소지다.

금감원은 기준안에 따라 대표사례에 대한 분조위를 개최하는 등 분쟁조정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각 판매사는 이와 같은 기준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사적화해)을 실시할 수 있을 거라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손실을 본 소비자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루트는 사적화해에 이르는 것이다. 양 당사자간 의사(배상안 제안 및 수용) 합치 여부에 따라 배상시기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개별 소비자별 배상비율은 현 시점에서 일률화하긴 어렵다. 이번 조정기준안 발표가 향후 '기나긴' 분쟁조정 절차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당국이 최대한 일정을 서두르겠다고 발표했지만, 대표사례 분조위만 해도 추가 사실조사 및 검토→분조위 회부→조정결정 통보→당사자의 수락 또는 불수락→양 당사자 모두 수락시 조정성립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바, 통상 약 2~3개월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동시에 배상문제와 별개로 CEO 제재 등 판매사에 대한 제재 수준 역시 검사결과를 조속히 정리해 신속히 절차를 개시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피해 배상 등 사후수습 노력에 따라 향후 제재 양정시 고려요인으로 감안하겠다는 '엄포'도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분쟁조정기준(안)은 한편으로는 억울하게 손실을 본 투자자가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원리의 근간인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무거운 마음으로 심사숙고하여 마련했다"며 "앞으로 동 기준(안)에 따라 배상이 원활히 이루어져 법적 다툼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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