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일한 박사 손녀 유일링 이사장 참석 ‘눈길’
정기주총, 회장·부회장직 신설 통과
조욱제 대표 재선임
유한양행 빌딩 전경. /이소영 기자
유한양행 빌딩 전경. /이소영 기자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주인 없는 기업'으로 유명한 유한양행이 1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업계 최대 이슈였던 회장·부회장직 신설은 결국 원안대로 통과됐다. 특히 현장에 고(故) 유일한 박사의 손녀 유일링 유한학원 이사도 참석해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유한양행 제101회 정기 주총은 서울시 동작구 유한양행 빌딩에서 개최됐다. 의장을 맡은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가 전체 의결권을 가진 주식 중 출석주가 68.6%에 달해 의결권을 가짐을 선포하며 시작됐다.

감사보고와 운영실태, 영업보고 등은 주주총회에서 배포된 자료로 갈음되는 등 주주총회는 빠르게 진행됐다. 핵심 안건인 회장·부회장직 신설을 신속히 다루기 위함이다.

유한양행에 회장·부회장직이 생기는 것은 30여년 만의 일로, 일각에서는 회장직 신설을 두고 ‘특정인이 기업을 사유화하려는 시도’라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유한양행 임직원들은 유일한 박사 53주기 추모일에 회장·부회장직 신설 반대 ‘트럭시위’를 펼치며 반발하고 나선 바 있다. 

유한양행 빌딩 앞에 '시위트럭'이 주차돼 있다. /이소영 기자
유한양행 빌딩 앞에 '시위트럭'이 주차돼 있다. /이소영 기자

실제로 임직원들이 이날까지 트럭시위를 이어갈 정도로 회장·부회장직 신설은 이번 유한양행 주총의 최대 이슈였다.

앞서 특정인으로 지목됐던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은 “회장이 생긴다고 해도 그 자리에 오를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공식, 비공식적으로 수없이 이야기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회장을 할 일은 추호도 없다”며 “회장직 신설은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계상해 회사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의혹에 대해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해당 안건을 다루기 시작하자 마자 일부 주주들은 회장·부회장직 신설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R&D(연구개발) 분야는 특히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 유한양행이 신약개발에 더욱 투자하기 위해서는 특히 필요한 부분이다. (회장·부회장직 신설은) 유한양행이 더욱 큰 회사로 발전하기 위한 발판인 것"이라며 "현재 회사 구조로는 이끌어 나가기 어려운 부분이 많기 때문이지 회장·부회장직 신설에 누구도 어떤 사심을 품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주주들의 의견도 양측으로 나뉘어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유한양행의 R&D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다며 조 대표의 설명을 납득하고 지지해야 한다는 주주들도 있는 반면, '유일한 박사의 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가’, ‘조직의 보수화 가능성, 조직 개편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도 많았다. 

주총에 참석한 창업주 일가인 유일링 이사는 "유일한 박사님의 유지와 이상, 정신이 유한양행 지배경영의 가이드라인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것은 '얼마나 정직한 방법인가' '얼마나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가' 등에 따라 평가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유 이사의 발언을 마지막으로 표결에 들어간 회장·부회장직 신설안은 과반수의 찬성으로 빠르게 통과됐다. 설전이 길게 이어진 것에 비해 결론은 예상보다 빠르게 난 것이다. 일부 임직원들의 우려와 달리, 주총 회장 내에서는 회사 측 결정을 지지하는 직원들의 발언이 많이 나온 것도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주총에서는 조 대표의 재선임 건도 관심사 중에 하나였다.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의혹에 대해 “지시한 바 없다”며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는 조 대표에 대한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재선임 안건이 통과됐다.

이밖에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 ▲김열홍 유한양행 R&D(연구개발) 사장 ▲신영재 법무법인 린 파트너 변호사 ▲김준철 다산회계법인 회계사 등 5명의 사내·외 이사 선임 및 재선임 건과 ▲의학과 약학 연구 개발업 사업목적 추가 등도 원안대로 통과되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주총은 마무리 됐다.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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