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유한양행, 회장직 신설·특혜취업 의혹 '잡음'
한미그룹, 오너일가 간 경영권 분쟁
유한양행 사옥 전경. /유한양행 제공
유한양행 사옥 전경. /유한양행 제공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돌입한다. 각사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의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경영권 분쟁 등의 이슈가 있는 기업들의 주총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 한미약품그룹, 일동제약그룹, 셀트리온그룹, 종근당그룹, GC녹십자그룹, 동아쏘시오그룹, HK이노엔, 등은 이달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유한양행과 한미그룹의 경우 이번 주총의 결과에 따라 회사 경영의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어 주총의 분위기가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오는 15일 예정된 정기 주총에 '회장·부회장직 신설'과 함께 조욱제 대표의 재선임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주인 없는 기업'으로 유명한 유한양행에 회장직이 신설되는 이유 자체만으로 논란인데, 조 대표의 특혜채용 의혹까지 나오면서 이 회사의 주총은 업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유한양행은 1926년 설립 이후 창업주 유일한 박사와 연만희 고문 외에는 회장이 없었다. 회장직이 신설된다면 1993년 연 고문이 물러난 이후 30년 만의 일이다. 그러나 회사 내부에서는 회장직 신설안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특정인을 회장으로 추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일부 직원들은 이정희 이사회 의장을 이번 논란의 핵심 인물로 보고 있다. 이 의장은 앞서 의장에 오를 때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유한양행은 그동안 대표이사 사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퇴임 시 이사회에서도 물러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 의장은 2021년 사장에서 퇴임한 후에도 이사회에 남았을 뿐 아니라 이사회 의장을 선출하는 별도 규정이 생기자 의장까지 맡았다. 당시 회사 안팎으로부터 사장과 주요 경영진을 견제하는 목적으로 존재하는 이사회의 제도와 맞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회장직 신설 논란에 대해 유한양행 측은 "특정인의 회장 선임은, 본인이 밝힌 바와 같이 가능성이 없다"라며 "회장직 설립은 향후 우수한 외부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자신의 둘째 아들이 2021년 유한양행의 관계사에 취업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대표의 아들은 학점이 낮고 인적성 결과가 미흡함에도 면접에서 최고점을 받으며 채용됐다. 이번 의혹이 드러나게 된 배경은 유한양행 전 임원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아들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된 의혹을 전부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사장직 수행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

한미그룹은 이달 말로 주총 기간을 예정하고 있지만, 경영권 분쟁 때문에 정확한 일정을 고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한미그룹은 고(故) 임성기 창업회장의 부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의 주도로 지난 1월 소재·에너지 기업 OCI그룹과 현물출자·신주발행 취득 등 그룹 간 통합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장남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해당 계약을 반대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또한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지난달 8일 한미사이언스를 상대로 주주제안권을 행사했다. 주총에서 두 형제와 이들이 지정하는 4명의 사외이사 후보가 새로운 이사로 선임될 수 있도록 하는 안건을 상정해달라는 요구다.

한미그룹 관계자는 "지금도 모든 임직원들이 각자의 자리를 잘 지키며 성과를 내고 있다"며 "주총 이후 경영권으로 불거진 잡음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이니 앞으로는 제약 본연의 업무에 더 충실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미그룹과 유한양행 외 기업들의 주총 핵심 현안은 주요 경영인의 재선임 추진이다.

일동제약은 오는 22일 열리는 주총에 오너 3세인 윤웅섭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윤 대표는 지난 2013년 대표이사로 선임됐으며, 최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16대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윤 대표의 연임은 유력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셀트리온은 오는 26일 예정된 주총에서 서진석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서 대표는 새로 출범한 '통합 셀트리온'의 경영사업부 총괄 대표로 선임되기도 했다. 

종근당은 오는 28일에 예정된 주총에 김영주 대표이사의 재선임 안건을 상정했다. 김 대표는 노바티스와 1조 7399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성과를 달성, 연임도 유력하다.

GC녹십자는 28일 주총이 예정돼 있다. 주요 안건은 오너 3세인 허은철 대표이사의 재선임이다. 허 대표는 그룹의 숙원과제 혈액제제 '알리글로(ALYGLO)'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 무려 13년간 이어진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정재훈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사내이사 재선임 안도 오는 28일 열리는 주총에 상정돼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는 고승현 경영실장 사내이사 재선임 외 사외이사 2명 선임 내용도 안건으로 상정했다..

HK이노엔은 다음 달 등기임원 임기가 만료되는 곽달원 대표이사 재선임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했다.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 성장과 지난해 호실적 등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가다.

이소영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