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그룹 정기선 부회장
HD현대그룹 정기선 부회장

[한스경제 송진현] 우리나라 재벌 승계의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것 중의 하나는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는 상태에서 2세, 혹은 3세가 총수에 오른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 선대 회장이 일궈놓은 소중한 사업을 뒷걸음질치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않게 발견되어진다.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특정 분야의 사업을 맡아 후계자 수업을 받는 과정에서 경영에 실패해 회사 전체를 위기에 빠트리는 사례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HD현대그룹 정기선 부회장(41)의 행보는 주목할만하다.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기선 부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회장의 손자이고, 부친은 축구협회장을 지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다.

HD현대그룹은 국내 대표적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건설기계, 현대오일뱅크 등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지주사는 HD현대이다.

지난해 11월 HD현대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기선 부회장은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했다가 곧바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스탠포드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2013년 현대중공업에 부장으로 재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그런데 정 부회장이 현대중공업 기획실 총괄부문장이던 지난 2016년 설립한 뒤 주도적으로 경영을 이끌어 온 HD현대마린솔루션이 이후 가파른 성장을 해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HD현대솔루션은 HD현대가 지분 62%를 보유하고 있다.

설립초기인 지난 2017년 2403억원의 매출과 5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1조4305억원의 매출과 201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8년만에 매출이 약 6배 가량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회사는 선박 사후서비스(AS) 사업과 함께 친환경 선박 개조, 디지털 솔루션, 선박 유류공급(벙커링)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탄탄한 성장을 이어왔다. 정 부회장은 부회장 승진 이후에도 HD현대마린솔루션의 경영총괄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경영을 진뒤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기선 부회장이 그동안 공을 들여온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반 탄소배출 모니터링 솔루션 ‘오션와이즈’를 최근 포스코에 공급키로 해 다시 한 번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션와이즈는 가상 공간에 선박 성능 예측 모델을 구축해 운항 경로와 기상변화에 따른 탄소 배출량을 모니터링하고 예측하는 시스템이다. 전세게적으로 디지털 분야에서 획기적인 지평을 연 시스템으로 평가받는다.

오는 5월 기업공개(IPO)를 앞둔 HD현대마린솔루션의 몸값은 3조~4조에 이를 것으로 증권가는 예측한다.

HD현대그룹의 3세 경영인인 정기선 부회장이 앞으로 어떤 경영성과를 낼지  한껏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송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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