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령화로 노동력 수요보다 공급 부족...비정규직 확대서 정규직 중심으로 고용 변화
금리인상 결정을 발표하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연합뉴스
금리인상 결정을 발표하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17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했다. 향후 글로벌 경제와 이웃나라인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장기 디플레이션·저 인플레이션 배경을 감안할 때 일본 경제의 고용상황과 임금인상 등이 어떤 요인으로 작용했는지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중앙은행의 역할과 설립목적은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핵심은 물가안정의 추진이다. 일본은행과 연관이 깊은 한국은행 역시 마찬가지 맥락의 설립 목적을 관련법이나 소개에 명시하고 있다.

나라 경제를 감안한 통화정책 수립에 있어서 다양한 요인들이 함께 고려된다. 이 중 고용상황에 대한 검토는 필수적이다. 물가와 함께 소비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 지표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1일 열린 2024년도 제1차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기 의사록을 봐도 금통위원들의 논의 과정에서 고용과 노동조건 등에 대한 고려는 잘 드러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물론, 글로벌 통화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 연준의 경우, 물가안정과 고용안정을 함께 추구한다는 ‘듀얼맨데이트'를 공식 표명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신규 채용이나 임금 관련 지표를 우리나라 금통위원들이 필히 고려하는 것은 물론, 노동시장이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검토 내용이 의사록에 잘 드러나고 있다.

일본 상황을 보면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2% 전후의 물가상승률이 나타나는 등, 장기간 디플레 상황임은 익히 알려져 있다. 물론 물가상승률의 ‘등락'은 있었다. 그러나 메리츠증권의 이승훈 이코노미스트는 “1990년대 이후 대부분의 구간에서 생산요소가 완전히 사용되지 않았거나 임금이 오르지 않고 외려 하락하거나 정체됐다"며 “최근에 와선 임금 여건의 변화가 관찰되며 물가상승의 지속성을 높이는 중이다"고 평가했다.

널리 알려진 일본 경제의 ‘버블 붕괴' 시점은 1989년~1990년 즈음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는 자산가격 디플레이션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실물부문의 디플레이션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임금이 하락하며 소비자물가 역시 정체되는 시기다.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결과적으로 노동자 파견 등을 대폭 허용한 당시부터 일본사회의 노동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우리나라가 빠르게 그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처럼, 일본 사회 역시 급속한 고령화로 유명하다. 노동력 차원에서 수요보다 공급 감소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고용형태가 다시 정규직 확대로 전환되고 있다. 임금 역시 다시 상승하는 시기다. 이를 기점으로 물가 역시 오르고 있으며, BOJ가 장기간의 ‘마이너스 금리' 통화정책을 바꾸게 된 배경이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BOJ 결정에 앞서 일본 최대 노동단체인 렌고(聯合)가 발표한 1차 ‘춘투’ 결과를 주목할 만하다. 임금인상률이 커질 거라 예상되긴 했으나, 컨센서스를 상회해 평균 임금인상률이 5.28% 수준으로 집계된 것이다. 지난해 역시 임금인상률이 우상향하는 모습이었는데, 이보다 1.48%p 높은 수준이다. 과거 1991년 5.66% 이후 30년 넘게 5%를 넘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노동계의 올해 임금인상률 요구치가 5.8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 수준의 인상을 결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임금이 인상되고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경제 흐름은 기업의 경영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는 건실한 기업이라는 전제 아래서다. 

도쿄 쇼코 리서치가 전망한 바에 따르면 0.1%p 금리가 인상되면, 기업이익을 고스란히 부채 상환에 쓰는 부실 기업 수는 약 12% 증가해 63만 2000개에 달할 것이ㄹ라고 추정했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이 30여 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임금 상승 요구를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난 2013년 이후 물가가 임금보다 빠르게 상승 중이다. 일본 기시다 정부가 약 17조엔에 달하는 소비 진작 패키지를 발표했음에도, 가계 입장에선 금리인상과 같은 통화정책 결정은 차입 비용을 높여 부담을 늘릴 수 있다.

또한 과거의 마이너스 금리 통화정책도 가계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예금(자산)을 보유한 가계는 순이자소득이 오히려 지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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