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엔고 기대감에 지난달 엔화예금 98억 6000만달러
일본은행,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해제…0~0.1%로 인상
추가 금리 인상 신중론…엔·달러 환율, 심리적 저항선 150엔 돌파
일본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해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이미지)
일본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해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린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이미지)

[한스경제=김정환 기자] 일본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통화정책 전환에 나섰다. 이에 투자자들은 엔화 가치 상승(엔고)을 기대하고 엔화예금에 돈을 맡겼지만,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금리 인상 발표 후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 

교도통신을 비롯한 일본 현지매체에 따르면, 일본은행(BOJ)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8일과 19일 양일간 금융정책결정회의을 열고 정책 금리를 마이너스(-)0.1%에서 0~0.1%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일본은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에 금리 인상이 나섰다. 이는 8년간 이어진 마이너스 금리의 해제이자 통화정책 전환의 신호탄이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앞서 투자자들은 엔고(円高)를 예견했다. 이에 2월 엔화예금은 98억 6000만달러(한화 약 13조 1926억원)로 1월 말에 비해  4억 6000만달러가 증가하며 100억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관계자는 "엔화 약세가 지속된 가운데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엔화 강세 전환 기대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엔화 강세의 재료될 것이란 데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17년 만의 금리 인상은 엔화 강세 재료로는 충분했지만 발표 이후 외환시장에서 엔화의 가치는 오히려 하락했다. '슈퍼 엔저' 현상을 이어가듯 엔·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으로 평가되는 150엔대 벽마저 뚫었다. 이는 일본 기준금리가 올랐지만,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큰 틀은 유지된다는 기조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금리있는 세상'을 선언하면서 "단기금리 조작을 주된 정책수단으로 삼아 경제 물가 금융정세에 따라 적절히 금융정책을 운영하겠다"며 "현 시점의 경제·물가 전망을 전제로 하면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통화정책결정문을 통해 "지금까지와 비슷한 규모로 장기 국채 매입을 계속할 예정이며 현재 매입 규모는 월 6조엔(약 53조원)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현지언론도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축소 결정을 내렸지만 당분간은 추가 금리 인상없이 국채 매입도 지속할 것이라 전망했다. 

미·일 금리차도 문제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시기가 후퇴하고 있는 상황이라, 5%포인트 가까이 벌어진 미·일간의 금리차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엔고로의 전환을 늦추고 있다. 

따라서 엔화 가치 상승을 염두한 '엔테크(엔화+재테크)' 기대감을 낮출 필요가 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해제 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 기대처럼 엔화 예금이나 환전 등을 통한 '엔테크' 활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엔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는데, 이는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 대해 일본은행 정책 입안자들의 신중한 입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도통신은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했으나,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큰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달러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일시적으로 우세해졌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은행이 발표문에서 '당분간 완화적 금융환경이 계속된다'고 한 것이 달러화 매수와 엔화 매도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엔화 강세가 장기적인 흐름에선 이뤄지겠지만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유지정책에 따라 당장 큰 변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는 단기적 관점에서 엔화예금 투자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말로 해석된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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