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95회> 글·김지훈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압축하면, 드라이아이스가 된다. 탄소배출권 시장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추출해서, 땅속에 가두는 것만으로도 돈을 준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량을 줄이면, 기후 온난화를 늦출 수 있다는 건데 ….

이산화탄소는 광합성 과정을 거쳐, 소중한 탄수화물로 변화한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량이 줄어들면, 식물 성장이 늦어진다. 무작정 이산화탄소량을 줄이는 건 …. 식량 부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기후 거래의 핵심 아이디어는 유럽 입자 물리학 연구소 듀아멜에게 나왔다. 듀아멜은 몰락한 프랑스 귀족 가문 출신, 그가 근무하는 연구소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입자 가속기를 사용한다.

듀아멜은 몰락한 가문을 일으켜 세우고 싶어 했고, 그의 연구는 대단히 실용적인 것들이었다. 특허권으로만 일 년에 백만 유로 이상을 벌어들이지만, 아직 그의 꿈을 이루려면, 갈길이 멀어보였다. 귀족이라는 타이틀은 일 년에 삼천만 유로 이상을 벌어야 간신히 유지된다.

“꼬레아의 판타지늄 …. 정말 획기적인 아이디어죠. 감성 AI도 그렇고 …. 그다음은 뭐죠?”

그는 내 대답을 기다리며, 마떼를 한 모금 했다.

“이곳에서도 판타지늄을 연구한다던데 ….”

나는 화제를 돌렸다. 듀아멜은 굶주린 늑대였다. 아주 영리한 늑대. 그에게 작은 힌트를 주는 것은, 나의 약점을 내보이는 것과 같다.

“누구나 판타지늄을 연구하고 있을 겁니다. 사실 장비와 설비는 이곳이 최고예요. 하지만 ….” 그는 귀밑을 긁적이며, 눈웃음 지었다. “코어 소스 없이는 판타지늄을 만들 수 없죠.”

“그런 거라면, 노벨상 수상식에서 공개된 걸로 아는데?”

“소립자 종류와 필드가 알려진 정도예요. 판타지늄을 카피하려면, 충돌 타이밍과 회전속도와 같은 디테일한 매뉴얼이 필요하죠. 생각해보세요. 아무런 생명이 없는 금속으로부터, 영원한 생명을 이끌어내는 건데 …. 그게 쉽겠어요?”

그는 어깨를 으쓱거렸는데, 괜한 너스레였다. 눈치를 보아하니, 듀아멜은 판타지늄을 카피해낸 것이 분명했고, 어쩌면 몇 세대 앞선 판타지늄을 설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독하게 피곤한 대화 상대였다.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을 도중에 그만뒀더군. 연구 내용을 보니, 이산화탄소를 추출해서 탄수화물과 탄소결정체를 만드는 연구였던데 ….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로 포도당과 구연산, 그리고 고품질의 다이아몬드까지 만들어낼 수 있던데 …. 왜 그만두었지?”

“더 멋진 걸 찾아냈거든요.”

“그랬겠지.”

“진실을 감당할 수 있으시겠어요?”

“천국에 가는 계단이라도 찾은 건가?”

“그런 농담을 하시다니, 맘이 좀 놓이는군요. 이드의 아들, 데이미언은 불같이 화를 냈죠. 요즘 안 보이던데, 그는 잘 지내나요?”

“글쎄 …. 나도 만나지 못했어. 천국에 가는 계단을 오르고 있지 않을까? 싶어.”

시니컬한 내 대답에 듀아멜은 크게 웃었다.

“당신의 필 그룹은 인공위성으로 전 세계의 광합성 지도를 만들고, 그것으로 투자한다면서요? 커피, 녹차, 쌀, 옥수수, 밀가루 …. 요즘은 어떤 상품에 투자하는 게 좋죠?”

“내가 자네라면, 설탕 가격 상승과 금 가격 하락에 베팅하겠네.”

“기후 거래소는요?”

“이해하지 못하는 상품에는 투자하지 않아. 그래서 자넬 만나러 온 거고 …. 연구 보고서를 읽어봤지만, 도무지 모르겠더군. 이산화탄소의 집단 지능이라는 게 뭔가?”

“지능이 있는 것들은 길들일 수 있죠. 닭, 오리, 개, 돼지, 고양이, 소, 양 …. 심지어 타조와 물고기까지 가능합니다. 물질들은 물리법칙을 따른다고 알려졌지만 …. 그 물질들이 지능을 갖는다면, 어떨까요?”

“누군가 그것들을 길들일 수 있겠지. 하지만 어떻게 물질들에게 지능을 부여한단 말인가?”

“원자, 분자 하나하나는 불가능하지만, 집단으로 관리하면 가능합니다. 처음에는 이산화탄소의 자발적인 재구조화를 통해서, 석탄을 만들려고 했죠. 하지만, 집단 지능의 가능성을 그 정도가 아니었어요.”

듀아멜에게 광기 띤 미소가 감돌았는데, 슬플 정도로 그에게 잘 어울렸다. 나도 저렇게 변하는 걸까? 아니면, 이미 변한 걸까?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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