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72회> 글·김지훈

까밀레는 프랑스 제7대학교 졸업반이다. 그녀의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 그냥 심심해서.

야망이 있는 젊은 여성의 인터뷰는, 간혹 예상하지 못한 질문으로 날 즐겁게 한다.

비서의 안내를 받고, 들어온 그녀는, 짧은 스커트와 어깨가 살짝 드러나는 셔츠 차림이었다, 그녀는 가벼운 눈길로 인사하며, 인테리어를 살폈다. 뭔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는 눈치였다.

아프리카 가면을 가리키며, 토호족의 작품이냐고 물었다.

"탄자니아 내전으로 다리를 잃은 아이가 만든 가면이지. 그 아이는 공예품을 만들어서 생활해. 맘에 들면 가져가게."

그녀는 머뭇거렸지만, 곧바로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선물을 거절하지 않는 것은 성공의 첫걸음이기도 하다.

"..... 그리고 인터뷰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 내용은 제 졸업 논문 참고 자료를 활용하겠습니다. 동의하시나요?"

까밀레는 격식 있는 단어를 골라 썼는데, 나에 대한 선입견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프랑스에는 자주 오시나요?"

"요즘은 자주 오고 있지."

"이번에는 무슨 일로 오신 거죠?"

"영생의학 관련 의료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지켜보려 왔어."

"당신은 어떤 입장이시죠?"

"아무 입장도 아니야. 의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든, 기꺼이 따르고, 의회의 결정이 최선이 되도록 노력할 뿐이지."

"당신에게 손해가 되는 결정이 되어도요?"

까밀레의 눈매가 제법 날카로워졌는데, 꽤 귀여워보였다.

"프랑스의 이익이 나의 이익이지."

그녀가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었던 것 같다. 그녀는 놀라는 눈치였다.

"당신은 사업가보다는 정치꾼 같군요."

"진심을 말하는 사람은 누구나 정치꾼이 되는 건가?"

나는 아주 조금 억울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녀가 웃었다.

"성공해서, 좋은 점 세 가지만 말해주세요."

"세 가지나? 그렇게 많지 않아. 약간의 자유를 얻은 정도지."

"저와의 인터뷰도 약간의 자유에 속하나요?"

"확실히 ... 성공이라는 걸 하지 않았다면 ... 만나지 못했겠지."

"음.... 성공해서 나쁜 점 세 가지를 말해주실 수 있나요?"

도전적인 눈빛이었다. 나는 젊은이들의 그런 눈빛이 맘에 들지만, 그런 눈빛 속에 인류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프랑스에 자주 와야 한다는 거?"

농담이 아니었는데, 그녀는 함박꽃처럼 크게 웃었다.

"두 가지가 더 남았어요."

"책임을 느끼게 되지."

"어떤 책임이죠?"

나는 그저 어깨를 으쓱거렸다. 책임 ,,,, 설명하기에는 너무 너저분하다.

"나머지 한 가지를 말씀해주세요."

"성공을 하면, 자신만만해진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엄청난 무력감에 시달려. 많이 가질수록 비겁해지고, 야비해지지."

그녀는 동굴에서 갓 나온 원시인처럼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솔직하게 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 인사했다.

"이 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있으면, 안내를 부탁해도 될까?"

"네. 기꺼이."

그녀는 오피스에 들어오기 전보다 더 밝은 표정이었다.

그녀의 추천한 양고기 스테이크 전문점은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젊은 친구들의 취향이었다.

"성공해서 좋은 점이 작은 자유를 얻었다고 하셨는데 .... 어떤 자유죠?"

"맘껏 비참해질 수 있는 자유라고 해두지."

진심이었다.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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