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美노조, 中 불공정정책·관행 제재 청원...“中선박에 항만세 부과, 美 조선기금 조성”
“단기적으로 발주 늘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호재로만 볼 순 없어”
미국과 중국국기 / 연합뉴스 제공 
미국과 중국국기 /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반도체로 발발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조선업으로 번지고 있다.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중국과의 라이벌로 여겨지는 국내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동시에 그 효과가 단기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무역대표부(USTR) 캐서린 타이 대표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철강노조(USW)를 포함한 5대 노조가 해상물류와 조선분야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불공정 정책과 관행 등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5대 노조는 중국 정부의 10대 핵심산업 육성프로젝트 ‘중국제조 2025’에 해양·조선업을 포함하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지원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시장에 불공정하게 개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청원서에서 “글로벌 조선·해운·물류산업을 장악하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노력은 다른 그 어떤 국가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고 개입주의적인 비시장 정책을 기반으로 한다”며 “중국은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시장을 장악하고 세계 각지에서 항만과 물류 인프라 네트워크를 구축해 미국 선박과 해운사를 차별하는 등 불공정한 관행을 보인다”고 문제 삼았다. 현재 중국기업은 글로벌 96개 항만에 하나 이상의 터미널을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 지원으로 구축한 물류정보플랫폼 ‘로그인K(LOGINK)’가 글로벌 물류 공급망에 대한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며 국가 안보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미국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이번 청원을 제기했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관행에 대응할 권한을 미국 정부에 부여하는 법안이다. 이번 청원을 통해 미국 정부가 중국산 선박에 항만세를 부과하고 이를 미국 조선업 활성화를 위한 기금으로 조성할 것을 촉구했다.

USTR는 “중국이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 배터리, 주요 광물 등 여러 부문에서 종속성과 취약성을 만들어 미국 근로자와 기업에 피해를 입히고 공급망에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번 청원에 동조하는 분위기를 풍겼다. USTR은 청원을 접수하면 그 내용을 검토해 45일 내로 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미중 무역전쟁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전략기술 분야를 비롯해 핵심 광물, 투자, 관세, 중국산 제품의 덤핑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에 미국 정치권에서도 조선·해운·물류분야 내 중국의 점유율 확대에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ZPMC가 제작한 크레인 / 파이낸셜타임즈내 발췌
ZPMC가 제작한 크레인 / 파이낸셜타임즈내 발췌

지난 21일 미국 공화당 의원들은 중국 국영기업 상하이진화중공업(ZPMC)이 만든 항만 크레인이 원격 조작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이를 통해 사이버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해안경비대에 중국산 항만 크레인에 대해 조사하고 퇴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중국은 전세계 항만 시설용 크레인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사용하는 항만 크레인 중 80%는 중국기업 제품이다.

중국은 지난해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바탕으로 수주량 1위를 차지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선박 누계 수주량 4168만CGT(표준환산톤) 중 중국이 2493만CGT(111척)를 수주해 60%를 차지했다. 2위인 한국은 1008만(218척)CGT을 수주해 전체 수주량의 24%를 차지하며 중국과 2배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한승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중국 조선업에 대한 제재로 인해 글로벌 선주들이 한국 조선소를 선택하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단기적 관점에서 제한적일 것”이라며 “약 3년치 이상의 수주잔고를 쌓아둔 상황에서 선주가 제한적인 인도 슬롯과 높아지는 선가를 감당할 만큼의 제재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국내 조선소로의 발주 수요가 강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발주문의가 늘어날 수는 있지만 조선소 내 여유도크나 건조여력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실질적으로 수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장기적으로도 미중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며 세계 견기 둔화로 국제 선박금융시장이 침체되면 선박 발주와 수주도 같이 줄어들어 호재라고만 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미국이 중국 선박에 입항할 때 항만세나 수수료를 부과한다면 중국이 전세계 최대 물동량을 처리하는 만큼 글로벌 물류 공급망이 다시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우정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