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통신조회권·자산동결권한 부여 필요성 제기돼
/한국금융연구원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급속도로 발전한 우리나라 자본시장이기에 한편에선 시장을 교란시키는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이용 등, 불공정거래 행위 역시 진화했다. 특히 이는 더욱더 고도화·지능화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이를 사전에 예방하고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감독 당국의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영경 선임연구위원은 “권한 강화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이 아닌 기관이 강제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어 법원에 의한 사법적 통제에 기반한 권한 부여 등의 정책적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최근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여러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 중 하나가 시세조정행위나 미공개정보이용행위 등과 같은 불공정거래를 퇴출시키는 것이다. 최근 상황만 봐도 라덕연 사태 등, 주가조작·무차입 공매도·불법 리딩방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가 횡행하고 있는 실태다.

이에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법무부와 대검찰청·한국거래소·금융투자협회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금융위원회의 권한강화·포상금 한도상향·과징금 부과 등을 실시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불공정거래의 조사권한은 금융위원회(금융위)가 갖고 있다. 관련자의 출석 및 진술서 제출요구· 현장조사권·심문권한·압수 및 수색권한 등을 갖고 있다. 금융위는 조사공무원을 지명하거나 이러한 권한 일부를 금융감독원에 위탁해 불공정거래 조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자본시장의 불공정거래는 피해자가 다수이며, 전체 자본시장의 신뢰를 흔들기에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매우 크다. 게다가 첨단 IT 기술의 발전으로 불공정거래 행위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가령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며 SNS 채팅방 등을 이용한 신종 수법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리딩방, 온라인 카페 등에서 불공정거래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주요국의 감독 당국과 달리 금융위원회는 통신조회권을 갖고 있지 않은 게 이와 같은 첨단 불공정행위 조사를 어렵게 만든다. 혐의가 발견되면 조속히 관련자 등을 확정해야 하는데 조사권한이 충분치 않아 불공정거래간 연계성 파악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가령 미국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행정명령장을 받아 통신사업자에게 사용자의 성명·주소·전화번호와 같은 기본정보를 요구할 수 있고, 법원 영장을 받아 통신내용을 취득할 수도 있다. 또한 영국은 금융감독처얘(FCA)이 통신자료권한기관의 승인을 받아 통신사업자로부터 통신자료를 취득할 수 있다. 일본 역시 금융청(증권거래등감시위원회)이 법원의 허가장을 받아 통신기록을 압수할 수 있다.

 다수 계좌가 관여되는 시세조종 연계성 및 내부자거래 정보 전달경로를 파악하려면 통신정보 입수가 필수적이다. 이를 활용하면 인적 연계성 파악이 가능해져 불공정거래 혐의자 적발에 효과적이다.

물론 금융 당국이 통신조회권을 갖는 것은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나 절차적 적법성 등의 이슈가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에 앞서 미국·영국·일본 등의 사례를 참조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할 것이라 제언한다. 통신비밀보호법상 수사기관도 수사 목적으로 법원의 허가를 받아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열람 및 제공이 가능하다. 따라서 금융 당국이 이러한 권한을 법원의 허가를 거쳐 득하는 게 현행법 체계에서도 적합하다.

아울러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 경우, 피해자를 보호하고 혐의계좌를 이용한 위법행위를 막기 위해 조속히 자산을 동결시킬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현재 자산동결은 검사가 법원에 청구해 보전명령을 받아 집행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이에 직접 관여할 수는 없다.

앞서 통신조회권과 마찬가지로 미국 SEC와 영국 FCA는 법원에 금지명령을 청구하거나 직접 중지명령을 발해 혐의자가 부당이득을 유용하거나 처분하는 행위를 금지할 수 있다. 일본 금융청도 금지·중지명령권을 갖고 있지만 실무상 자산동결 수단으로 행사하고 있지는 않다.

현행법 체계 등을 감안할 때 자산동결권 역시 법원의 명령을 받아 추진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렇게 한다면 신속한 조치를 취하는 데 시간이 지체되는 게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도 있겠는데, 당사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란 우려도 있기에 숙고가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원칙적으로는 법원 명령을 받되, 급박한 경우에는 일종의 긴급조치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앞서 언급처럼 지난해 금융 당국은 불공정거래 조사권한 강화와 관련해 법무부 등과 논의를 진행했으나 가시적 성과를 내진 못했다. 아직까지 입법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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