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채권 80%, 파리기후협약 기후 목표 부적합
SLB만의 설계와 실행 방식이 가장 큰 문제
“적극적인 친환경 활동 촉진하면 목표 달성에 도움”
녹색채권(그린본드) / 연합뉴스
녹색채권(그린본드) / 연합뉴스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국내외에서 활황을 보인 지속가능연계채권(SLB) 80%가 기후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약 2800억달러(약 376조원)에 달하는 발행 규모지만, SLB 중 2015년 파리기후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SLB는 고작 14%에 불과 했다. 연구를 진행한 국제 비영리단체 ‘국제기후채권기구(CBI, Climate Bonds Initiative)’는 가장 큰 문제로 이 채권의 설계와 실행을 꼽았다.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SLB의 설계와 실행 문제로 인해 기후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채권이 80%에 달한다는 CBI의 보고서를 인용 보도했다. SLB는 일종의 ‘ESG 채권’으로 발행 회사가 사전에 정한 ESG 관련 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이자율과 만기 상환액이 달라진다.

발행사가 사전에 지속가능한 성과목표(SPT, Sustainability Performance Target)를 설정하면 채권 발행이 가능한데,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일정한 프리미엄이 붙는다. 예컨대 발행사가 세운 목표만큼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달성하지 못하면 채권 이자율이 오르는 방식이다. 채권 발행 전에 ESG 관련 목표를 정해두는 만큼 채권 발행과 연계된 기대 효과가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다.

발행사는 수익금을 특정 프로젝트가 아닌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발행이 까다로운 녹색 채권보다 선호도가 높고 시멘트 생산업체나 철강 제조업체 등도 접근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CBI의 연구에 따르면 2018년부터 작년 11월까지 발행된 768개의 SLB 중 80% 이상이 글로벌 기후 목표에 부합하지 않았다. 단체의 자체 평가 방법에 따라 2015년 파리기후협정 목표에 맞춘 SLB 발행은 고작 14%에 불과했다.

션 키드니 CBI 최고경영자(CEO)는 “SLB는 세계 경제가 더 친환경적으로 바뀌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저품질 SLB 거래 비율이 높고 자격 미달 채권이 많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채권만의 독특한 설계와 실행 방식이 핵심 문제라고 강조했다. 구조적 특성, 부실보고, 발행사의 부실한 탈탄소화 계획 등이 시장의 품질에 영향을 미쳤고, 투자자는 저품질 SLB를 선별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SLB의 법적 문서에 발행사가 규칙이나 정책 변경으로 인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벌금 부과를 면제하는 조항과 발행 후 인수 및 특정 투자를 성과 평가에서 제외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이 두 조항은 향후 채권 거래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규제 도입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다만 지난해 발행된 SLB의 33%가 기후 목표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일부 개선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케빈 렁 에너지경제 및 금융분석연구소 연구원은 “적극적인 ‘친환경 활동’을 촉진하면 지속가능 연계 상품은 파리기후협약의 기후 목표와 탈탄소화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는 지난해 SLB 발행량이 대폭 줄었지만, 올해는 전 세계 은행들이 750억유로(약 109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글로벌 레이팅(S&P Global Rating)도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녹색채권‧사회적채권‧지속가능‧지속가능연계채권(GSSSB) 시장 규모가 올해 1조달러(약 1345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경제 여건이다. 그럼에도 경제 투명성 제고 요구 증가, 신흥시장 성장, 환경 및 에너지 전환 프로젝트에 대한 수요 증가 등이 시장 성장을 이끌 것으로 진단했다. 전체적인 발행 규모가 증가함에 따라 채권 유형도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중동과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채권 시장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SLB 채권 발행은 역사적으로 고소득 국가가 주도해 왔지만, 올해는 다른 시장에서도 존재감이 커질 수 있다”며 라틴 아메리카와 아시아 태평양 시장 성장을 점쳤다.

S&P 글로벌 레이팅과 UNCG는 “올해 성장세는 지난해와 비교해 완만한 수준일 것”이라며 “2024년은 채권 시장의 강력한 성장보다 지역적 균형을 이루는 해가 되겠다”고 전망했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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