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해 남녀 보수 격차, 21%...2021년比 2.2%p 감소
정부법무공단, 보수 격차 가장 큰 '2배' 
전문가 "바람직한 현상 아냐...박근혜·문재인 정부 지나며 女 채용기회 열려"
민주노총 세계여성의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가 세계여성의 날인 3월 8일을 맞아 성별임금 격차 해소 피켓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민주노총 세계여성의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가 세계여성의 날인 3월 8일을 맞아 성별임금 격차 해소 피켓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고액 연봉과 안정적인 일자리로 '신의 직장'이라 평가받는 공공기관에서도 성별에 따른 보수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20% 차이가 났고, 최대 200%까지 벌어지는 기업이 있었다. 다만 전문가는 최근 여성에 채용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격차가 줄어들 여지는 있다고 분석했다. 

28일 <한스경제>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지난해 공공기관 평균 연봉은 6989만5000원으로 확인됐다. 남성은 7436만1610원, 여성은 6145만4670원으로 둘의 격차는 1.2배가량이다. 

이번 분석은 알리오에 공시된 362개 기관 중 361곳을 대상으로 2021년부터 3년간 정규직 직원 보수를 분석했다. 국민연금공단(정부기관), 대한석탄공사(공기업),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대한적십자사, 한국건강가정진흥원(기타공공기관) 등 5개사는 지난해 남녀 보수가 공개되지 않아 제외했다. 

◆ 보수 격차 감소세에도..."지난해 평균 21% 차"

남녀 보수 격차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그 폭은 미미하다. 지난해 평균 21%로, 2021년(23.2%)보다 소폭 감소했다. 그럼에도 3년간 보수 격차(22.4%)는 여전히 20%를 넘겼다.

지난해 보수를 비교했을 때 전체 약 92.7%(330개사)는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고 일했다. 

그중 정부법무공단의 보수 격차가 가장 컸다. 국가로펌인 정부법무공단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필요로 하는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08년 출범한 법무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지난해 남성은 평균 1억2807만7000원으로, 6363만4000원을 번 여성보다 2배 많았다. 2021년(1.9배)보다 격차는 더 벌어졌다. 

이는 여성이 하위직에 더 많기 포진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임직원은 총 124명으로, 여성은 전체 36.2%를 차지했다. 변호사를 제외한 일반직(3~9급)에 69.6%가량이 여성이었다. 반면 일반직인 남성은 33.9%에 그쳤다. 특히 하위직급으로 갈수록 여성 비율이 높았다. 3~6급에는 남성이 8명일 때 여성은 5명에 불과했지만, 7~9급에는 남성이 12명, 여성은 27명이었다. 

반면 극지연구소와 한국조폐공사 등 7곳은 여성 보수가 남성보다 높았다. 그 격차는 0.7~5.3% 내외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19곳은 남녀 평균 연봉이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유형별로 살펴보면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국가재정법에 따라 기금을 관리하거나 기금의 관리를 위탁받은 기관)의 보수 격차가 지난해 28.4%로 가장 컸다. 여기에는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등이 포함됐다.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은 줄곧 30%를 넘기며 큰 격차를 보였지만 2021년(32.7%)부터 서서히 격차를 좁히고 있다. 

그 뒤를 시장형 공기업이 25.5%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다. 그밖에 △준시장형 공기업(23.8%)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21.1%) △기타공공기관(20.2%) 등 순이었다. 

◆ 남성, 여성보다 2.2년 더 다녀..."격차 존재, 바람직한 현상 아냐"

연봉 차이뿐만 아니라 근속 연수에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 공공기관 82%는 남성이 여성보다 평균 2.2년을 더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오에 따르면 여성 근속연수는 평균 9.2년인 반면 남성은 11.4년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출산과 육아 휴직 등 여성 근로자에 대해 다양한 대안이 있음에도 보수를 비롯해 근속 연수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다만 남녀간 보수 격차 발생에 대해 남성과 여성이 보는 시각차는 완연히 달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미래 사회 대응을 위한 양성평등 추진 전략'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성별 임금 격차가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남성의 39.6%는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때문에 여성의 평균 근속일수가 남성보다 짧아서'라고 답했다. 

그 뒤를 '여성들이 기업 내에서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는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30.7%),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비정규직에 여성이 많아서'(25.4%) 등이 있었다. 

반면 여성들은 임금 격차에 대해 54.7%가 '조직 내 채용·승진·배치 등에서 성차별이 누적돼 왔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때문에 여성의 평균 근속 일수가 남성보다 짧아서'라고 답한 여성은 51.4%로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는 과거 남성이 더 많은 채용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격차가 존재한다고 봤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정규화'와 '공정 채용' 등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들이 많이 나왔던 만큼 격차는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훈 경기도사회적경제원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임금 격차가) 바람직 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공기관 내에서도 발전사 경우 일하는 환경이 거칠다보니 전통적으로 여직원 비율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박근혜 정부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까지, 여성을 비롯해 청년에게도 채용 시장은  확대됐다"며 "비정규직의 정규화 등으로 최근 기회가 열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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