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왼쪽)과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 /KOVO 제공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왼쪽)과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 /KOVO 제공

[수원=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두 팀의 문제점이 명확하게 나온 결과였다. 그리고 이는 양팀의 챔피언결정전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프로배구 여자부 V리그는 어느새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여자부는 28일부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챔피언결정전을 시작했다. 두 팀은 30일 같은 장소에서 2차전을 벌일 예정이다.

1차전은 현대건설이 웃었다. 현대건설은 두 세트를 먼저 내주며 무너지는 듯했지만, 집중력을 발휘해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겼어도 마냥 웃을 수 없었다. 경기 초반 심하게 흔들리며 셧아웃 패배 위기까지 몰렸다. 반면 흥국생명은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패배해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고된 일정 탓이었다.

◆ 현대건설의 이번 챔피언결정전 키워드는 ‘장기전’

체력에서 우위를 보인 현대건설. /KOVO 제공
체력에서 우위를 보인 현대건설. /KOVO 제공

현대건설은 올 시즌 26승 10패로 승점 80을 기록, 28승 8패 승점 79의 흥국생명을 승점 1 차이로 제치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그러나 1차전 초반에서는 1위 팀의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

경기 리듬과 감각이 떨어진 탓이다. 현대건설은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지만, 16일 치러진 6라운드 페퍼저축은행 원정이 마지막 실전 경기였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도 열흘 넘게 실전을 치르지 않은 점을 걱정했다. 강 감독은 경기 전 “체력적인 면에서 우리가 우세한 건 분명하다”면서도 “경기력이나 집중력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 감독의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현대건설은 1세트 초반 2-6까지 점수 차가 벌어지며 끌려갔다. 초반에 벌어진 4점 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18-25로 1세트를 내줬다. 현대건설의 떨어진 경기 리듬과 감각은 좀처럼 올라오지 못했다. 2세트에는 올 시즌 최악 경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흥국생명에 서브 에이스 3개를 허용했고, 리시브 효율은 8.33%를 기록, 극도로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공격의 시발점인 리시브가 흔들리니 제대로 된 공격을 시도하기에 어려웠다. 2세트에 9-20까지 점수 차가 벌어지며 14-25로 졌다.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 나선 양효진은 “‘이렇게까지 안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체력 싸움에서 흥국생명을 압도했다. 강 감독은 “흥국생명이 4세트 들어 체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후반으로 갈수록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우리의 모습을 찾았다”고 되돌아봤다. 체력에서 우위를 보이자, 현대건설의 경기 흐름도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양효진과 이다현이 포지션을 바꾸며 흥국생명을 흔들었고, 모마의 집중력도 살아나며 흐름을 가져왔다. 모마는 37득점으로 1차전 승리에 일등 공신이 됐다.

강 감독은 “기선제압을 했으니 더욱 밀어붙일 것”이라며 “선수들이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것이 승리 요인이다. 그것이 우리 경기의 콘셉트다”라고 힘주었다.

◆ 뒷심 부족 흥국생명, 3세트 넘기면 위험

23점을 올리며 분전한 흥국생명 김연경. /KOVO 제공
23점을 올리며 분전한 흥국생명 김연경. /KOVO 제공

정규리그 2위인 흥국생명은 플레이오프(PO)를 거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PO에서는 정규리그 3위 정관장과 3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흥국생명은 22일 PO 1차전을 시작으로 현대건설전까지 7일간 4경기를 소화했다.

과도한 일정을 소화한 여파는 올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의 발목을 잡았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경기 리듬은 분명히 우리가 더 좋을 것이다. 우리는 실전을 치러왔다”며 “다만 그 리듬을 에너지가 받쳐줄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결국 아본단자 감독의 우려가 그대로 나타났다. 흥국생명은 김연경, 윌로우, 레이나가 각각 23점, 21점, 20점을 올렸고, 블로킹으로 19점을 올렸다. 하지만 뒷심 부족과 집중력 저하를 이겨내지 못하고 3세트부터 연달아 무너지며 역전을 허용, 1차전을 내줬다.

아본단자 감독은 “큰 기회를 놓쳤다. 중요한 순간에 나온 선택이 아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시작은 좋았으나 경기가 진행될수록 서브 압박감이 떨어졌다. 그 순간 현대건설이 치고 올라왔다”고 복기했다.

흥국생명은 올 시즌 내내 접전을 펼친 경기가 많았다. 3-2 승리가 7회에 달하고, 2-3 패배도 2회를 기록해 올 시즌 치른 36경기에서 25%에 달하는 9경기를 풀세트 접전을 펼쳤다. 흥국생명에 더 이상의 장기전은 치명적일 수 있다. 현대건설이 노리는 ‘장기전’에 돌입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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