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96회> 글·김지훈

영생자는 하루 한 캔의 넥타르를 마셔야 한다.

넥타르는 영생 유지 약품 …. 넥타르를 공급받지 못하면, 이상 징후가 생기고 …. 최종적으로 파멸한다.

넥타르는 엄격한 품질 검사를 거쳐서 꼬레아에서만 생산된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음료 ….

해외로 달아난 장수는 넥타르를 구할 수 없다. 놈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한 달 남짓.

“제가 나설 필요가 없겠네요.”

산하는 원숭이 두개골에 붙어 있는 치아 본을 뜨며, 말했다. 원숭이가 인간의 음식을 먹으면서, 충치와 치주염이 늘었다고 한다. 그의 연구소는 대학 캠퍼스에서도 가장 구석진 곳에 있다.

“경찰이 장수의 방에서 온전하게 남은 넥타르를 발견했네.”

“제일 먼저 챙겨야 할 걸 잊다니 …. 도망칠 때 어지간히 급했나 보군요.”

산하는 치아를 고정액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그제야 그는 시선을 나에게 보냈다. 유인원의 충치를 연구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재능을 인정받는 킬러가 되는 건 어떤 기분일까? 두 가지가 공존하는 건, 평화일까? 아니면 딜레마일까?

“넥타르는 영생유지 약품이지. 가격이 비싸서 …. 경제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영생을 유지할 수 없어. 장수의 경우에는 무료로 공급해줬지만 ….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 않게 …. 딱 맞게 주었지. 그런데도 …. 녀석의 넥타르가 남았다는 건 ….”

“놈은 …. 영생을 유지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군요.”

“짐작 가는 게 하나 있긴 하지 …. 연구소에서 시뮬레이션했는데 ….”

이 사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곤란했다.

“장수가 지능적인 연쇄살인범이라고 하셨죠?”

“경찰의 평가로는, 타고난 살인범이라고 하더군. 민을 건들지 않았다면, 아직도 놈의 범행을 몰랐을 거야.”

“인류학자들 중에는 영생자를 인류 최종 진화 형태라고 지랄하는 새끼들도 있어요. 저도 영생자의 심리 분석 보고서를 읽어봤는데. 영생자는 지독한 사이코패스고 …. 득이 없는 행동은 하지 않죠. 장수의 연쇄 살인도 …. 어떤 득이 있었을 겁니다. 단순한 심리적 만족감일 수도 있겠지만 …. 새로운 방법이라는 게 …. 혹시 …. 사람의 피를 마시는 건가요?”

“그런 거 같아.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 넥타르 없이 영생을 유지하려면 …. 한 달에 한 명의 희생자가 필요하지. 그래서 자네를 찾아왔던 거고 ….”

“한 달에 한 명이라 …. 장수는 한곳에 오래 머물 수 없겠군요.”

“그렇지. 하지만 …. 적어도 한 달은 머물겠지.”

나는 그에게 작은 상자를 건넸다.

“이게 뭐죠?”

“넥타르라네. 장수에게 전해주게.”

“녀석이 이걸 받을까요? 놈의 방에서 사용하지 않은 넥타르가 나왔다면서요?”

“그래도 넥타르가 있다면 …. 희생을 줄일 수 있겠지.”

“왜 지금 당장 놈을 없애지 않는 거죠? 뭘 기다리시는 거죠? 장수의 범행 …. 뉴스에도 나오지 않더군요. 당신의 말이 사실인지 확인하려고 경찰청 홈페이지에 접속해봤지만, 사건 번호도 뜨지 않아요. 처음엔 당신이 저에게 거짓말을 하는 거로 생각했죠. 그런데 지금 보니 ….”

산하는 얹잖은 눈길로 노려보았다. 감정 표현이 확실한 남자였다. 킬러라면 항상 평정심을 유지할 거로 생각했는데, 지금 내 앞에 있는 남자는 변호사처럼 따지고 있다. 그는 입을 앙다물었다.

“계속 말해보게.”

“사업 때문인가요? 장수는 영생자 1호 …. 그에게 문제가 있다는 건 …. 영생 사업에 치명적이죠. 그래서 은폐하시려는 겁니까?”

“날 보게. 내가 돈이 부족한 사람처럼 보이나?”

“그럼 뭡니까? 왜 놈을 살려두는 겁니까?”

“그건 …. 내 의지가 아닐세.”

한국스포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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