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특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이라는 회심의 카드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재계가 안도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특검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과는 상관없이 대기업의 뇌물 의혹 수사는 중단 없이 계속한다고 천명하자 재계가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삼성도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비상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 19일 새벽 4시 50분, 법원은 뇌물죄에 대해 법리 다툼의 소지가 남아있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연합뉴스

19일 새벽 4시 50분, 법원은 뇌물죄에 대해 법리 다툼의 소지가 남아있다며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영장 심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부장판사는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결정의 따라 이날 새벽 6시 15분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이 부회장이 특검에 출석한 지 약 21시간 만에 나와 서초사옥으로 향했다. 임직원을 격려하고 중요 현안을 챙기기 위해서다.

삼성은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검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 이 부회장을 다시 조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

또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승마협회장을 맡은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에 대한 기소를 진행 중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게 돼 일단 다행이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며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전인) 지난주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현재 이 부회장은 신병 상태가 구속이냐 불구속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또 이번 특검 수사로 사장단 인사나 조직개편, 지주사 전환 검토 작업, 올해 사업 계획 등은 진행이 어려워 삼성의 경영은 아직도 마비상태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교수는 “(이 부호장 구속 청구 기각)법원이 교과서대로 현명을 판단을 했다”며 “다만 아직 수사는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적어도 1년 정도는 기업의 경영이 정상 상태로 돌아오기는 어렵다”고 우려했다.

특검의 다음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SK와 롯데 등 기업들도 긴장상태다. 특검은 이미 최태원 회장과 신동빈 회장 등 재벌 총수 여러 명을 출국금지 한 뒤 수사에 본격 착수했기 때문.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다소 안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특검이 타깃을 자신들의 총수 쪽으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어 우려 하고 있다.

SK와 롯데는 “코멘트하기가 조심스럽다”며 공식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특검 조사에 준비를 착실하게 하고 있다. 이번 사안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와 CJ는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사면, 롯데는 면세점 인가라는 부분이 쟁점이다. SK는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체육인재 해외 전지훈련 예산 지원’ 명목으로 80억 원을 요구받았다.

SK는 “최 회장이 사면받을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은 언급되지도 않은 상황이라 서로 연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롯데도 의혹 자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롯데는 2015년 11월 잠실 면세점(월드타워점)이 특허 경쟁에서 탈락해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CJ도 이재현 회장의 8·15 특별사면과 관련 “이 회장이 건강악화로 도저히 수감생활을 할 수 없었던 점이 고려돼 사면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구속 영장이 기각되면서 기업들도 대응 논리가 생겨 반기는 분위기”라며 “법원이 이번 판시로 특검이 기업들을 수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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