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태양은 또 뜬다. 2016년 대한민국은 내우외환의 한 해였다. 한국경제는 기업구조조정의 한파와 가계부채 뇌관에 소용돌이쳤다. 경제성장률은 2년 연속 2%대를 면치 못하고 성장을 멈춰서 있다. 최순실발 정치 리스크는 한국경제를 블랙홀에 가두며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다. 밖으로는 글로벌 금리전쟁, 유로존의 몰락, 미 대선 등 정치 리스크가 세계 경제를 끌어내렸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저기 아우성이 끊이질 않는다. 절망에 빠진 대한민국을 푸념하기에는 이르다. 저력으로 다시 하나로 뭉칠 때다. 희망찬가를 외치기 위해 새해 벽두부터 새로운 다짐으로 기지개를 켜는 현장을 찾아본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꿈틀대는 희망의 몸부림을 발견해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할 때다.<편집자 주>

지난해 현대자동차에게 유난히 살얼음판을 걸었다. 2012년 이후 꾸준이 하락세인 내수 점유율은 36.3%까지 떨어졌고 신흥시장 위기 등으로 해외 실적도 기대 이하였다. 영업이익도 전년대비 18.3%나 폭락. 게다가 극심한 노사 갈등으로 생산량마저 9.6% 줄어든 167만9,906대에 머물렀다.

사측뿐만 아니라 생산 현장에서도 위기감을 공유했다. 단순히 뉴스 등에서 이런 소식을 접해서만은 아니었다. 시장 상황에 따라 고용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들의 체감온도는 더 뜨거웠다. 

노조 파업과 특근 거부 등 사상 최대 규모의 파업으로 영업이익은 5조원대로 주저 않았다. 장기간 파업과 함께 몰아닥친 신흥시장의 경기둔화로 자동차 판매량이 줄면서 현대차를 더욱 어렵게 했다.  

▲ 아이오닉 생산라인 근로자들이 완벽한 차량을 위해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여론의 따가운 시선뿐 만 아니라 자동차 품질에 대한 루머가 떠돌면서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걱정하게 됐고 그 몫의 일부를 생산 근로자들도 부담이 됐다. 

현대차 울산 공장의 한 현장 근로자는 “어려운 시장 상황은 익히 알고 있다. 특히 일부 라인에서 공피치(컨베어 라인에 생산차가 없이 흘러가는 것)를 볼 때 위기를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지역에 공장들이 밀집해있다는 것도 어려움을 더욱 느끼게 되는 요인이었다. 울산에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다양한 산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퇴근 후 자동차 업계를 벗어나면 산업계 전체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갈수록 힘든 경제상황과 고용 현장의 위기감을 체험했다.

이 근로자는 “지역 특성상 회사 밖에서는 현대중공업 등 다른 기업 상황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퇴근 후에는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산업계 전체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절망은 없었다. 오히려 아쉬움이 더 크다는 분위기다. 여전히 밤낮을 쉬지 않고 현장을 지키는 근로자들. 눈빛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현장에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자동차 산업을, 국내 경제를 다시 살리는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뜨거운 땀방울을 쏟아내는 모습이었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한 근로자는 “작년에 회사가 시장 악화에 노사 갈등까지 겹쳐서 목표 달성에도 실패한 것이 아쉽다”며 “하지만 생산현장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품질 좋은 차를 열심히 만드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좋은 차를 만들어 고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국내 최초 친환경차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만드는 근로자들에게는 자부심까지도 느껴졌다. 이미 언론을 통해 친환경차가 내연기관 차량 판매량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에 기대감도 있었다. 일부 국가에서 아이오닉이 경쟁 모델을 넘어섰다는 보도를 접했다며, 자신이 현대차의 미래를 이끈다는 기분에 책임감이 막중하다는 소감을 나누기도 했다.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아이오닉을 만드는 현장 근로자들은 친환경차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그러면서 근로자들은 이런 현장의 노력이 소비자들에게도 제대로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빼놓지 않았다.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현대차 품질 논란에 대한 서운함이다.

근로자들은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최전선에서 주인 의식을 갖고 최고의 품질을 위해 힘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울산공장 정경욱 기술기사보는 “작년 현대차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품질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과 구설에도 시달렸다”며 “하지만 현대차의 품질과 경쟁력이 충분히 높다는 데 대해서는 현장 근로자들이 보증한다. 소비자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올해도, 앞으로도 많은 성원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 현대차 울산공장. 현대자동차 제공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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