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지호]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다시 소환한 것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차량을 타고 귀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미 한차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다, 당시 삼성전자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대결 당시 국부유출에 대한 반감 여론이 컸던 것을 감안하면 ‘억지’에 가까운 수사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탄핵정국으로 휘청거리는 국내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오전 박영수 특검은 이 부회장을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한 뇌물공여 혐의로 재소환했다. 이 부회장이 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것은 지난달 12일 이후 두 번째다. 이 부회장은 15시간이 넘는 고강도 수사를 받고 14일 새벽 귀가했다.

특검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해 경영권을 승계 받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부정한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수사해왔다.

삼성전자가 ‘비선 실세’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를 지원한 것이 경영권 승계 문제에 대한 대가로 뇌물공여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지시한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가 ‘이익 공유 관계’ 있다는 논리다. 특검이 산정한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액수는 43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미 지난달 19일 이와 관련, 구속영장이 기각됐음에도 다시 이 부회장을 소환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외압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이후 양사의 주식을 모두 보유하고 있던 삼성SDI의 통합 삼성물산 주식 처분 규모를 애초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여줬다는 게 특검 주장이지만 구체적 혐의는 밝혀진 것이 없다. 또 삼성 대주주 지분율이 39.85%에 달해 삼성SDI가 500만주(2.64%)를 추가 처분했어도 이 부회장 지분율에는 전혀 영향이 없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을 외국에 빼앗길 수 없다면서 양사 합병에 힘을 모으다가 이제 와서 사법처리에 나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삼성과 이 부회장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합병을 진행했을 뿐인데, 특검이 불법행위가 있었던 것처럼 계속 몰아가고 있다”며 “교통법규를 지킨 사람을 추후에 처벌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 반문했다.

이어 “당시 엘리엇의 표 대결로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을 찬성하지 않으면 매국노로 몰더니 이제 와서 합병에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문제 삼는 특검을 보니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언론도 국민들이 이 부회장 구속을 원하는 것처럼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사항이라 조심스럽지만 특검도 고무줄 잣대로 삼성과 이 부회장을 재단하려한다”고 강조했다.

특검이 자신들의 치적을 위해 국내 최대 기업집단 수장인 이 부회장 구속에 매달리면서 박 대통령 탄핵, 트럼프발 보호무역, 환율 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허덕이는 국내 경제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삼성은 정기인사, 지주사 전환 등 산적한 경영 사안이 ‘올스톱’됐다. 그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필요 이상으로 뽑던 그룹 공채도 폐지되면서 채용인력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매년 1만5000여명을 채용하는 등 국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왔다.

국내 최대 기업 집단인 삼성그룹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면서 국내 경제에 대한 타격도 불가피하게 됐다.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체 주식시장에서 30%가량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이 흔들린다면 국내 경제상장률은 2%대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삼성이 적절하게 대응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삼성은 물론,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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