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 대학생 A씨는 매월 용돈이 부족하자 신용카드를 만들기로 했다.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카드 만들기를 고심하던 중 한 웹사이트 게시판에서 카드를 쉽게 발급해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클릭 몇 차례를 거치니 직접 신청 없이도 신용카드가 손안에 떨어졌다.

# 직장인 B씨는 지인인 카드 모집인 C에게 신용카드 신청을 권유 받았다. 신용카드를 만들어 일정한 전월실적만 채우면 5만원을 준다는 이야기에 덜컥 신청했지만, 우편으로 날아온 카드는 신청한 신용카드 한 장에 타사의 체크카드 두 장이었다. 황당해 하는 B씨에게 C는 ‘관행’이라며 5만원을 더 얹어줬다.

금감원의 무더기 철퇴와 여신금융협회의 교육에도 카드 모집인의 불법행위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온라인 카드 판매의 탈을 쓴 변종 판촉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 금융감독원이 14일 전업카드사 6곳과 은행계열 카드사 2곳 카드 모집인에게 불법 행위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온라인 카드 판매의 탈을 쓴 변종 판촉이 적발 건수의 상당수를 차지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C·현대카드를 제외한 전업카드사 6곳(우리·롯데·하나·국민·삼성·신한)과 기업, 전북은행의 카드사 모집인 200여명에게 과태료 처분의 중징계를 내렸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2014년과 2015년 적발된 카드 모집인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조치다.

카드 모집인의 불법행위는 과도한 경품과 고객 교환이 두드러진다. 과도한 경품은 보통 페이백(payback) 형식으로 운영된다. 카드 모집인이 하나의 카드를 판매하면 인센티브 수당으로 10~20만원을 받는다. 모집 고객에게 5만원을 돌려주어도 남는 장사다.

한 카드사에 소속된 모집인이 다른 카드사의 고객을 유치할 수 없지만, 카드 모집인들이 그룹을 지어 고객을 교환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A카드사의 카드 모집인이 A카드를 권유했다 “이미 있다”고 퇴짜를 맞으면 “B사의 카드를 발급 받으라”고 회유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변종 불법판매가 쏟아지고 있다. 카드 모집인이 온라인을 이용해 불법 카드 모집을 하고 있는 것. 카드 모집인이 온라인 광고를 통해 고객을 대량 유치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카드 판매의 경우 카드사 직영 판매처가 아닌 곳에서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휴대폰 불법보조금으로 유명세를 탔던 P사이트에는 최근 각종 신용카드 판매 게시글도 올라오고 있다. 게시글을 살펴보면 “10분만 모시고 펑(게시글을 곧 삭제하겠다는 의미)” “지원금 대란 긴급 스팟” 등의 표현이 따라붙는다.

▲ P사이트의 신용카드 모집 광고글./사진=웹사이트 캡쳐

문제는 신용카드 신청에 꼭 필요한 본인 신청을 대신 하는 관행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신용카드업 제14조에는 ‘본인이 신청할 것’이 필수 사항으로 명시됐다. 온라인 카드 판매에만 해당하는 ‘연회비 10% 이상의 경품과 현금 제공 허용’ 방침도 변종 불법판매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정영석 금융감독원 여신전문검사실장은 “과도한 페이백이나 대리 신청은 모두 불법이다”며 “P사이트는 오프라인 모집인이 광고하는 형태로 대량 모집을 하는 경우다. 이번에 처벌된 카드 모집인의 대부분이 이 경우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철퇴에도 여전한 카드 모집 불법행위에 카드사와 금융당국은 손발을 들었다.

카드 모집인들은 온라인 카드판매 시장이 성장하며 입지가 밀리자 불법행위의 끈을 놓지 못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온라인 카드 판매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동기 대비 판매건수가 30%나 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 모집인 실적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신협회은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신용카드 불법모집 신고건수(협회 접수기준)가 26.5% 줄었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카드 모집인 신규 인원·실적 감소의 여파로 해석한다. 또 금감원이 ‘카파라치’ 포상금을 2014년 5분의 1 수준으로 내린 뒤 신고 건수 자체가 내려앉았다. 2014년 576건에서 지난해 218건에 그친다.

신고 건수만 줄었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은 모집인은 2012년 7명에서 2015년 45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이번에 징계가 결정된 인원은 200여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한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일부 카드 모집인들이 실적 제고를 위해 불법행위를 자행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카드사가 카드 모집인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해 통제하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법 모집이 잦아지면 자사로서도 운영이 어렵다”며 “수시로 단속하고 적발 시에는 금융당국에 신고하지만 카드 모집인들도 생계가 달린 문제이다 보니 더욱 음지로 숨어든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당국도 독립 사업자인 카드사에 매번 철퇴를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카드 모집인의 불법행위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카드사들에 5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까지 벌금을 물려왔다. 올 1월에는 KB국민카드가, 2015년에는 하나·롯데·우리 카드가 불법 카드회원 모집을 모르거나 눈감았다가 과태료와 기관주의 처분을 받았다.

카드 모집인들의 강한 반발은 불법 단속의 허들을 높인다. 금감원은 카드 모집인의 과도한 신규 실적 쌓기를 막기 위해 2009년 신규유치수당(발급수당)이 기존 고객의 이용실적수당을 초과하지 않도록 규제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2014년에는 불법판매 신고 포상금을 올렸다가 3개월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정 실장은 "여신금융협회가 카드 모집인 교육과 시험을 확충하는 등 예방책을 세웠지만 단속이 쉽지 않다"며 "카드 모집인들의 근무 기간도 지속적이기 보다는 단기적인, 1~2개월 만에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아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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