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임서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그룹은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사태를 맞게 됐다. 삼성은 특검 수사가 끝나면 내부를 안정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쇄신안을 내놓을 예정이었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그 시기가 하염없이 늦춰질 전망이다.

다만, 삼성은 일단 눈앞의 닥친 경영현안은 애초 계획한 일정대로 흔들림 없이 이행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의 전장기업 하만(HARMAN) 인수를 확실하게 마무리하고 다음 달에는 예정대로 스마트폰 ‘갤럭시S8’을 공개한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미래전략실 해체와 최순실 모녀의 승마 지원에 대한 사과, 인사·채용 등 삼성의 굵직한 경영 현안의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연합뉴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미래전략실 해체와 최순실 모녀의 승마 지원에 대한 사과, 인사·채용 등 삼성의 굵직한 경영 현안의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우선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때 약속한 미래전략실의 해체는 무기한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약속한 대로 미래전략실은 해체한다”라는 입장이지만 이 부회장의 부제로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전실을 기능을 당장 폐지하기는 힘들게 됐다.

미전실은 이젠 오너의 역할까지 일부 수행해야 한다. 그룹 차원의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계열사 간 업무조정 등을 맡아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

또 미전실은 총수의 무죄 입증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삼성 측은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수 대행으로는 삼성의 ‘2인자’로 불리는 최지성 실장(부회장)이 유력했지만거론되고 있지만 형사 피의자로 특검 수사를 받는 신분이어서 제약이 있다. 미래전략실 차장인 장충기 사장도 입건된 처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권오현 부회장의 총수 대행도 조심스럽게 언급되고 있다.

최순실 모녀 승마 지원을 두고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삼성은 그동안 승마 지원에 대해 ‘강요에 의한 지원’이라고 주장해왔다.

애초 작년 12월 초 실시하려던 사장단·임원 인사도 무기한 연기됐다. 매년 3월 중순에 시작됐던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계획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상반기 공채가 무산되지는 않겠지만 일정을 연기하거나 계열사별로 채용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매년 1만 명 이상의 신입·경력사원을 뽑는 만큼 취업준비생들은 초조하게 일정을 기다리고 있다.

▲ 삼성전자는 오는 26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신제품 태블릿 PC 갤럭시탭S3를 선보이고 갤럭시S8 티저 이미지도 공개한다./한국스포츠경제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중요 사안들의 결정이 대부분 미뤄졌지만 당장에 계획됐던 경영현안들은 문제없이 진행하겠다는 의지다.

삼성그룹 사장단은 이 부회장의 구속 사태와 관련해 “회사 안팎의 불확실한 상황으로 인해 불안하고 혼란스럽기도 할 것”이라며 “모든 임직원이 하나로 뭉친다면 지금의 위기도 충분히 헤쳐나가리라 믿는다”며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먼저 삼성전자는 3분기까지는 하만 인수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하만 인수를 일부 주주가 공개적으로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결국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하만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토대로 전장부품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삼성전자는 G5 통신·디스플레이·IT 기술에 하만의 전장 사업 노하우 등을 결합해 커넥티드 카 관련 전장 사업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는 오는 26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신제품 태블릿 PC 갤럭시탭S3를 선보이고 갤럭시S8 티저 이미지도 공개한다. 이후 다음달 29일 유럽과 미국에서 동시에 갤럭시S8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에 갤럭시S8 성공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인해 떨어졌던 이미지와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다시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으로 검토 중인 미국 가전제품 생산공장 건립 건도 계속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앨라배마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과 투자 인센티브, 입지 조건 등을 두고 교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단위로 움직이는 사업구조이기 때문에 이미 공개된 경영일정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현재 검토 중인 인수합병 성서와 미래사업 발굴 등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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