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묄세…" 조선왕조 건국의 정통성과 여섯 임금의 업적을 기린, 근본을 강조한 용비어천가 첫 구절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뿌리이자 스마트 세대인  젊은 층의 금융 전문지식은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신용이나 금융에 대한 기본 원리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2030 사회초년생들의 금융 이해도는 자신의 미래를 직접 설계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결혼, 육아, 주택구입 등 목돈 마련 시기도 이 시기에 몰려있고, 신용에 따라 급전을 빌릴 때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사회초년생들은 앞으로 어떤 소비와 저축, 재테크 습관을 갖느냐에 따라 20~30년 후 삶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편집자주>

[한스경제 김서연] #. 취업준비생 김지수(24·가명)씨는 최근 은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처음 조회해보는 신용등급이 7등급이었기 때문이다. 김씨의 은행업무를 도와주던 은행원은 “갓 대학을 졸업했거나 사회초년생인 경우 큰 금액이 아닌 연체들이 신용등급을 끌어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도 사용하지 않는다’며 억울해하던 김씨는 그제서야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 통신비, 교통비, 학자금대출 이자를 바쁘다는 이유로 몇 번 연체한 것이 기억났다. 금액이 크지 않아 ‘다음 달에 함께 내도 되겠지’라고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김씨는 통신·공공요금만 꼬박꼬박 잘 내도 신용등급이 오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당장 통신비와 공공요금이 자동으로 이체되도록 서비스부터 신청했다.

김씨와 같은 20대, 나아가 30대의 ‘신용성적표’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이해도가 낮은 상황에서 취업난에 허덕이다 보니 자잘한 연체들에 크게 신경 쓸 여력이 없고, 일단 필요한 돈을 빌린 후 제때 갚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신용등급을 내리고 있다. 신용등급이 한 번 떨어지기는 쉬워도 올려놓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학영 의원이 16일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워크아웃(채무조정)을 신청한 20대가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워크아웃 신청자는 2014년 8,090명, 2015년 9,519명에 이어 지난해 1만1,102명으로 최근 2년간 37% 급증했다. 이는 전 세대 중 가장 높은 증가율로, 같은 기간 30대 워크아웃 신청자는 9% 늘었다. ‘청년 실신(실업+신용불량) 시대’라는 말이 숫자로 확인된 셈이다.

▲ 20대 워크아웃 신청현황. 그래픽=이석인기자 silee@sporbiz.co.kr

이들이 파산 위기로 몰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된다.

먼저 불안정한 일자리로 일정한 소득과 담보가 없어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20대 신용대출 비중은 6%에 불과하지만, 저축은행·대부업 등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청년층 비중은 각각 16.3%, 13.6%다.

낮은 금융이해도도 한 몫 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16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100점 만점에 62.0점으로 70대(54.4점)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금융이해력 조사는 ▲대출이자·분산투자·원리금 계산 등의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보는 금융지식 조사 ▲적극적으로 저축하는지, 자신의 상환 능력을 따져본 뒤 물건을 사는지를 가늠해보는 금융행위 조사 ▲저축보다 소비를 선호하는지를 보는 금융태도 조사 등 세 가지 분야로 이뤄졌다.

20대는 세 가지 조사에서 모두 OECD가 제시한 최소목표점수를 넘어서지 못했다. 목표 점수에 미달한 ‘낙제’ 비중이 무려 61.5%에 이르렀다.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25세 이하의 채무연체율은 5%대를 나타내는 등 다른 연령대보다 연체율이 월등히 높았다.

20대보다는 낫지만 30대의 신용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정세균 국회의장 정책수석실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내 집 마련 연령대인 30대의 한계가구 비중은 전년 14.2%에서 3.8%포인트나 상승해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한계가구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보다 많고, 처분 가능 소득에 대한 원리금 상환액이 40%를 초과하는 가구를 말한다. 한계가구로 내몰린 주요 원인은 내 집 마련인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자 가운데 한계가구 비중은 22.7%로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가구(13.4%)보다 높았다.

신용회복위원회 관계자는 “상환여력이 없는 한계가구가 특히 30대에서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점은 주택구입 과정에서 부채 규모가 늘어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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