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줌마’ 차승원이 어촌을 벗어나자마자 17세기 조선시대로 돌아간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살림꾼’ 이미지를 벗고 권력을 위해 싸우는 ‘광해군’으로 변신한다.
 
차승원은 7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창사 54주년 특별기획 ‘화정’의 제작발표회에서 “죽기 살기로 열심히 찍고 있다”고 생애 첫 사극에 대한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트레이드 마크인 콧수염에 검은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나온 차승원은 모처럼 ‘모델 포스’를 풍겼다. 항상 두건에 식칼을 쥐고 있던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때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그러나 현장에서 오간 대화 속에는 ‘요리하는 남자’ 차승원이 빠질 수 없었다.
 
동료 배우 김재원은 자신만의 체력관리 비법을 “장어”라고 말하면서 차승원을 향해 “꼭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차승원은 “내가 여기 요리하러 왔니”라고 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촬영 현장에서 제작진에게 특별한 요리를 해준 것은 없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차승원은 “과거 외국 출장 갔을 때 스태프들에게 음식을 해준 적이 있다. 그 땐 정말 먹을 것이 없어서 해줬다”며 “지금 현장은 식사 시스템이 완벽하다. 내가 굳이 요리를 안 해도 끼니 걱정은 할 일 없다”고 재치있게 답했다.
 
‘화정’은 공주로 태어났으나 권력 투쟁 속에서 죽은 사람으로 위장하고 살아간 정명공주의 삶을 다룬 드라마. 차승원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혈육의 정을 끊어버리는 임금 ‘광해군’을 연기하며 이연희, 김재원, 서강준 등과 호흡을 맞춘다. 50부작으로 기획된 ‘화정’의 첫 방송은 13일이다.
 

-광해군 역할을 맡았다.
“여러 드라마에서 무수히 다뤄졌지만 여타의 광해와는 다른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 죽기 살기로 열심히 찍고 있다.”
 
-다른 평가라면 무엇을 원하나.
“궁극적으로 배우는 좋은 평가를 원한다. 현장에 있으면 과연 어떤 평가를 받고, 시청자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걱정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작가가 쓴 인물에 가장 근접한 연기를 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용포나 의상에서도 광해의 다른 스타일을 볼 수 있나.
“기존의 왕보다 아무래도 키가 크지 않나. 용포에 대한 감이 없어서 의상 담당자가 따로 연구하고 있다. 다른 점은 키가 커서 새로 만든 게 많다고 한다”
 
-많은 남자 배우들이 롤모델로 꼽는다. 연기하는 부분에 있어 부담이 되진 않나.
“굉장히 부담이다. 그러나 난 미리 걱정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저 현장에서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할 때 나중에 좋은 평가로 이어지지 않겠나 생각한다.”
 
-수염 분장이 따로 필요 없을 것 같다.
“그렇다. 그대로 쓰고 밑에만 붙인다.”
 
-최근 요리하는 남자 우뚝 섰다.
“내가 하는 음식을 요리라고 높게 봐준다. 요리라고 하기엔 창피하다. 그냥 음식이다.”
 
-과거엔 함께 촬영하는 스태프들에게도 요리 솜씨를 발휘했다. 이번에도 실력을 보여줄 생각인가.
“스태프들에게 간간히 음식을 해준 적이 있다. 그 땐 정말 외국에서 먹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현장에는 식사 시스템이 완벽하다. 내가 굳이 요리를 안 해도 끼니 걱정을 안 한다.”
 
-모든 드라마가 젊은 배우가 주연 독차지한다. 40대 후반 배우로서 주연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비결은?
“제 나이에 주인공 역할을 할 수 있는 비결이라…. 잘 모르겠다. 제 나이에 게임 광고도 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저는 기존의 정해져있는 캐릭터가 아닌 것 같다. 특별하다고 하긴 그렇지만 다른 시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인간은 맞다. 한편으로 내가 많은 나이인가 생각도 해본다. 어느 순간까지 연기할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 맡고 싶다.”

심재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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