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마케팅 목적의 배타적사용권 신청이 늘면서 보험상품의 차별화가 소원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배타적사용권의 독자판매 기간이 소멸되면 비슷한 유형의 복제 상품이 쏟아지며 소비자의 선택폭이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타적사용권이란 보험권의 특허권과 같다. 창의성 등이 인정된 보험상품이 3~12개월동안 독점적인 판매권을 획득한다.

일각에서는 배타적사용권 심사의 문턱이 낮으니 실효성 문제가 야기된다고 꼬집고 있다. 배타적사용권 남발로 획기적인 보험상품 개발보다 베끼기에 급급하다는 것. 다만, 보험업권의 보험료 자율화 이후 배타적사용권 신청 비율이 평년 대비 크게 상승한 결과일 뿐 오해라는 반박도 제기된다.

▲ 24일 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현재(20일 기준) 생명보험사에서 생명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에 낸 배타적사용권 신청은 평년보다 많다. 포화시장인 보험계에서 한번 더 눈에 띄기 위한 방법으로 배타적사용권 신청이 증가하면서 심의 허들의 적정성도 도마에 올랐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4일 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현재(20일 기준) 생명보험사에서 생명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에 낸 배타적사용권 신청은 9건, 손해보험사에서 낸 손해보험협회에 제출한 신청은 12건이다.

평년 한해 수준의 신청이 네 달간 이뤄진 셈이다. 생보계의 배타적사용권 신청은 2015년 6건, 2016년 9건이었고 손보계는 2015년 6건, 지난해 10건이었다.

승인율은 생보업계가 2015년 50%(6건 중 3건)에서 올해는 심의를 거친 4건은 전부 통과가 됐고, 나머지 건들은 심의를 기다리는 중이다.

생보사는 이미 보험상품이 포화상태로 더 이상 새로운 보험상품이 나오기 어렵고, 약관 베끼기가 횡행해 복제 보험을 낳는다는게 업계 일부의 분위기다. 손보사는 특이한 보험으로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하더라도 후발주자들이 비슷한 보험을 마구잡이로 출시하면서 경쟁력을 낮춘다.

올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생명보험은 네 종류로, 적립과 자산관리 측면에서 호평을 받았다. 연금 자산을 지급 후에도 펀드로 돌리거나 펀드매니저를 매칭하고, 금리와 연동한 연금특약, 사업비 미공제 등이다.

배타적사용권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각 보험들의 연금 특약 등이 이미 나와있는 상품들의 결합이며, 과거 심의에서 떨어진 보험이 특별한 수정 없이 재심의를 통과했다는 입장이다. 이미 출시된 보험과 거의 유사한 보험들이 배타적사용권을 따냈다는 지적이다.

2017년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보험들의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미 시장에 나온 보험과 크게 다른 점을 찾기는 힘들다. 이미 개발된 보험 개발을 섞거나, 특약에서 기본 보장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으로 새로운 보험을 만든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첫 심의에서 떨어진 보험상품들이 전부 재심의 신청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100% 통과라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라며 “재심의에 통과한 상품은 같은 상품이더라도 이전 심의에서 창의성이나 독창성의 설명이 부족했다가, 설명 내용을 보충해온 경우 배타적사용권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해 부여해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손보사에서는 중소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한방, 어린이, 1인가구 증가 등 사회 트렌드를 반영한 보험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거나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손보협 관계자는 “2015년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이 시행되면서 보험사들의 자율성이 높아져 상품개발이 최근 활발해졌다”며 “개발이 활발하니 신청수량이 늘었고, 인가 수도 자연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해보험은 생명보험에 비해 보험산업의 특성상 보장할 수 있는 범주가 다양하고 넓다”며 “특이한 보험들이 활발히 개발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배타적사용권이 ‘미투’ 관행을 근절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보장기간은 최대 1년이지만 대다수의 상품이 3~6개월만 보장받는다. 배타적사용권은 상품을 3~6개월만 보호해주는 수준이라 기간이 지나면 유사한 상품이 우수수 쏟아진다.

지난해만 해도 배타적사용권을 따낸 유병자보험이나 한방보험 등이 베끼기 표적이 됐다. 손보협에서 배타적사용권을 따면 생보까지 적용되지 않는 것을 악용해 교차 베끼기까지 등장했다. 금융당국이 그간의 규제를 확 낮춘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로드맵’을 2015년 내놓으면서 보험사들의 아이디어 전쟁을 이끌 것으로 기대됐지만, 보험업계의 베끼기 관행에 공염불이 됐다는 지적이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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