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다면 하이 소프라노 톤 비명을 질러줄게"
"원한다면 하이 소프라노 톤 비명을 질러줄게"
  • 한국스포츠경제
  • 승인 2015.08.2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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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r . 마켓 <125회> 글·김지훈

산하는 차안에 앉아 건너편 주차 라인에 있는 자동차를 바라봤다. 장수가 빌린 승합차였다. 십여 분이 지나자 장수가 어깨에 묵직한 침낭을 짊어지고 나타났다. 그는 능숙한 솜씨로 침낭을 차 안에 넣었다. 산하는 자세를 낮췄다. 그는 스마트 폰으로 준의 휴대폰과 운동화에 심어둔 추적 장치의 위치를 확인했다. 장수의 위치와 일치했다. 준은 정신을 잃고 침낭에 있을 것이다. 그는 무사할까? 아직은 그럴 것이다. 장수와 민이 원하는 건, 길고 지루한........ 영원처럼 느껴지는 참혹한 고통이다. 준의 몸 상태가 온전할수록 더 많은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장수와 민이 실제로 ‘일’을 벌이는 것은 ‘아지트’에 도착한 후가 될 것이다. 산하는 그들의 아지트도 알고 있었다. 장수는 며칠 전에 외곽에 있는 별장을 빌렸다. 한적하고 인적 드문 곳이다. 게다가 널찍한 지하실까지 있다. 그곳에서 비명을 지른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귀에 닿지 않는다. 승합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산하는 곰 발자국을 발견한 사냥꾼처럼 호흡을 가다듬은 후, 시동을 걸었다. 내친걸음이었다. 그녀의 전기충격기와 가스총 그리고 칼을 준비했다. 그러나 가장 강력한 무기는 그녀 자신이었다. 요령 있게 장수와 민을 무력화시킨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일이 여의치 않게 되면........ 오늘 누군가는 죽게 된다.

* * *

머리가 깨질듯 아팠다.

“두통약은 아니었나봐.”

약에서 깨어난 준은 머리를 흔들었다. 손으로 이마를 짚으려 했지만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숨도 가빴다. 그는 의자에 기댄 듯 앉아 있었다. 다리가 무겁다.

“너무 애쓰지 마. 근이완제를 주사했어. 몸을 못 움직일 거야.”

민은 너무도 상냥하게 말했다. 손에는 블랙스타가 쥐어져 있다. 블랙스타의 테두리는 면도날처럼 예리하다. 그녀는 준의 시선이 블랙스타를 잡아낼 때까지 기다린다.

“하루는 이걸로 짐승들의 가죽을 벗겨냈을 거야?” 민은 준의 지갑을 펼친 후 블랙스타로 그었다. 뱀이 기어가는 듯한 ‘스윽’ 소리가 났다. 지갑은 블랙스타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갈라졌다. “사람 가죽은 어떨 것 같아?” 그녀는 블랙스타를 준의 턱 끝에 댔다. 예리하고 가느다란 통증........ 몸은 마비되었지만 감각은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준은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작은 선물을 받은 사람처럼 미소 짓는다.

“왜지? 아프지 않아?”

“아파. 원한다면......... 하이 소프라노 톤의 비명을 질러줄게.”

준은 당당했다.

“널 미라로 만들 거야. 하루 미라 옆에 놓아줄게.”

“세심한 배려....... 고마워........ 훗날 고고학자들이 날 발견하면 너에게 아주 고마워 할 거야.”

그는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을텐데....... 왜 순순히 물약을 마신 거지?”

“무슨 맛인지 궁금했거든. 단맛이 부족하던데?”

“넌 너무 무모해.”

“그게 내 매력이잖아.”

그는 청중들의 박수소리에 답하는 마술사처럼 살짝 머리를 낮췄다. 민은 준의 지갑에 든 물건들을 하나씩 꺼냈다. 카드 한 장. 현금. 신분증. 그리고 사진. 그녀의 사진이었다. 갈색 밀짚모자를 쓰고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그녀........ 그리고 메모지 한 장. ‘행복해라.’

“이건 뭐야?”

민은 준의 얼굴 앞에서 메모지를 흔들었다.

“나의 유언이야. 말할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거든. 내가 없어도 행복하게 잘 살아.”

“너 바보니? 나는 그럴 수가 없잖아.”

“그래도 노력해. 삶의 의미를 찾아봐. 세상엔....... 널린 게 행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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