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2금융권을 중심으로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이 폭증하자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편법이 기승을 부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증폭되고 있다.

자영업자 대출이 기업대출로 분류되면서 가계대출 규제에 포함되지 않아 자영업자 대출이 대폭 늘었다. 금융당국이 비교적 안전한 대출로 분류하는 주택담보대출 자금도 자영업에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계대출 규제로 돈줄이 막힌 자영업자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자영업자 대출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자영업자 대출이 폭증하면서 금융감독원이 26일부터 2금융권에 대한 자영업자 대출 현장점검에 나서고 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26일부터 2금융권에 대한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 현장점검에 나서고 있다. 농협과 수협, 신협과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이 포함됐다.

금융당국이 조사한 결과 5월 말을 기준으로 상호금융기관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34조원으로 집계됐다.

총량도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520조원을 넘어서면서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가계대출 총량에 비하면 40%에 그치지만, 모집단 자체가 가계대출 대상자보다 적은 반면 증가세는 지나치게 가파르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규제 탓에 자영업자 대출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영업자 대출 총량 중 개인사업자 대출은 기업대출로 분류되면서 가계대출 규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세는 2%였지만 자영업자 대출은 20% 이상 폭증했다.

최근에는 주택담보대출의 탈을 쓴 자영업자 대출도 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자영업에 사용하는 ‘무늬만 주담대’가 횡행하는 것. 금감원이 금융위원회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을 자영업의 영업비용으로, 자영업자 대출을 생활에 사용하는 일도 심심치 않다.

자영업자 대출을 받은 대부분은 가계대출을 중복신청했다. 지난 3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종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신용평가사 한국신용정보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자영업자의 총 대출금액 520조1,419억 중 191조3,320억원은 가계대출이었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타낸 160만4,023명 차주 중 80%이상인 129만2,692명은 가계대출도 받았다는 이야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부채 중 절반은 주택담보대출로 담보대출은 신용대출보다 덜 위험하다”며 “그러나 자영업자 대출, 특히 한계차주이면서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대출보다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계대출을 누르자 자영업자 대출이 늘어나는 현상에 비춰보면, 대출총량만 짓누르는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 셈이다.

금융당국과 금융업계 모두 경제 선순환이 가계부채의 핵심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 총량제 등 강제 규제가 수치를 낮추기에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사실 경제 활성화가 되면 낙수효과와 분수효과로 부채의 총량도 낮아질뿐더러 건전성 수치도 좋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2금융권 관계자는 “마치 2금융권이 대출 증가의 원흉처럼 여겨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한계차주가 많아진 원인은 빚을 내줘서라기보단 빚져야 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라며 “2금융권을 찾는 사람들은 애초에 금리보다는 대출 한도를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급전’ 수요가 증가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가계대출과 사업자대출을 양분화하기 보다 차주별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허종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자 대출은 경기변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차주별 종합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며 “상대적으로 소득대비 부채규모와 원리금 상환 부담은 크고 수익성은 악화되면서 대출 상환능력이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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