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행보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경제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수장이 된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시장에 '재벌저격수'다운 긴장감을 주고 있다. 재벌들의 일감 몰아주기, 치킨 프랜차이즈 가격인상, IT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 공기업 불공정거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김 위원장은 4대 그룹 최고 경영진과 회동을 통해 재벌개혁 방향과 자율개혁을 당부하며 전초전을 치렀다. 독과점 구조 개선을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국민들은 환호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재벌개혁이라는 명명아래 '대기업 군기 잡기' 논란은 곤란하다. 이미 대기업은 초긴장 상태다. 정부 주도의 강압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제활동에 저해한다. 공정한 시장환경을 조성하는데도 걸림돌이다. 김 위원장도 몰아치기식 재벌개혁에 선을 그었다. 재계와 소통을 통해 대기업 스스로의 변화를 인내심으로 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기업과 원할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확대를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강력한 규제보다 경쟁촉진 방향이 필요하다. 이로써 시장의 활력을 회복하고 투명한 경쟁 구도가 완성될 수 있다. 대기업들도 동반성장과 상생을 위한 혁신이 필요할 때다. 김 위원장의 재벌계획과 대기업들의 이해관계를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한스경제 임서아]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밑그림이 조금씩 그려지고 있는 가운데 재벌개혁 선두에 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첫 타깃으로 내부거래로 배를 불려온 기업을 찍었다.

대기업의 주요 계열사에는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기업들이 많으므로 주요 그룹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룹들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는 등 규제를 벗어날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기업과의 소통을 통해 자발적 모범 사례를 만드는 방식으로 재벌개혁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 관행에는 강력한 제재 의지를 내비쳐 재계가 바짝 긴장한 상태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기대에 부합하지 않으면 공정위를 비롯한 행정부가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선언,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을 예고했다. 

공정위는 지난 3월부터 45개 대기업집단에 대한 내부거래 실태점검을 진행해 현재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중이다.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 대기업 계열사 기준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상장회사의 경우 30% 이상, 비상장회사는 20% 이상이다. 

내부거래가 ▲연 200억원 이상 ▲총 매출의 12% 이상 ▲정상가격과의 거래조건 차이 7% 이상 중 하나만 해당해도 일감 몰아주기로 판단된다. 공정위는 지분율 기준을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낮춰 일감몰아주기를 해결하겠다는 방책이다.  

공정위의 강력한 의지는 부영그룹을 흔들어 놓았다. 공정위는 부영그룹에 대해 이중근 회장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를 계열사 명단에서 빼고 지분 현황을 차명 소유주로 신고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재계는 이를 기업들을 향한 경고로 판단, 일감몰아주기 관련 문제를 풀기 위해 발 빠르게 대책 추진에 들어갔다. 이 문제를 가장 빨리 해결한 기업은 한진그룹이다. 한진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았던 그룹 계열사인 유니컨버스의 총수 일가 지분 전량을 대한항공에 무상 증여했다. 

한화그룹도 IT계열사 한화S&C 사업부분을 물적분할해 공정위의 규제를 피하겠다는 계획이다. 한화S&C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지분 50%를, 동생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이 각각 25%씩 갖고 있다.

한화그룹은 분할하는 한화S&C 사업부문의 지분 49%를 외부에 매각할 예정이다. 지분을 어느 정도의 가격에 매각할지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취지에 부합하는 지분 구조로 만드는 첫 단계”라며 “향후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GS그룹 등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목록에 올라와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해 있는 글로비스·이노션 등의 계열사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각각 30%, 29.99%다. GS그룹도 총수 일가가 지분을 가진 옥산유통(51%), GS아이티엠(100%) 등이 있다. 

현대차는 핵심계열사인 글로비스와 이노션가 타격을 입으면 그룹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든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3일 김 위원장과 만나 재계의 일감 몰아주기 정책 방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화를 나눈 것도 이 까닭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서 현대차 측과 별도로 협의를 해나가겠다는 강조했다. 현대차 역시 공정위와 상의를 통해 최대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서로 충분히 대화를 나누며 기업 입장을 듣고 유연하게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공정위와 결정이 된 것은 아직 없다”며 “지분율을 낮춰야 한다면 주식을 팔던가 증자 주식수를 늘리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아직 세부적으로 결정된 사안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앞으로 일감 몰아주기와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기 위해 주요 그룹들이 앞 다퉈 지분매각 등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과 일관적인 정책을 시행하는 방침이다. 

이는 강제적으로 기업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통해 모범 사례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갔다는 의지가 들어있다. 재계는 정부와 맞춰 변화의 방향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자발적 움직임도 공정위에서 어느정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줘야 방향을 정하고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라며 “정부 초기이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한다는 것은 정할 수 없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향에 맞춰 나갈 것”이라고 했다.

임서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