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올 상반기 수입차 시장에서 2,000cc 미만 저배기량 모델이 성장을 이끈 것으로 확인됐다. 수입차 대중화와 다운사이징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분석이 양립한다.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상반기 등록된 수입차 중 57.7%가 2,000cc미만이었다. 총 6만8,187대. 작년(6만1,460대)보다 10.9% 성장한 수치다.

반면 다른 급 차량들은 모두 적잖은 판매량 감소를 겪었다. 2,000~3,000cc는 10.7%, 3,000~4,000cc는 2.6%, 4,000cc 이상은 5.7% 줄었다.

▲ 작년 국내에 출시된 이후 베스트셀링카를 지키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E 220d. 배기량이 2,000cc를 넘지 않는 패밀리 세단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제공

그럼에도 상반기 수입차 시장 성장률은 전년대비 1.2%였다. 사실상 2,000cc 미만 차종이 수입차 성장을 주도한 셈이다.

베스트셀링카 중에서도 이런 경향은 뚜렷했다. 10위권 차 중 무려 6대가 저배기량 차였던 것. 1위는 단연 메르세데스-벤츠 E220d로 상반기에만 무려 4,917대를 팔아치웠다. 그 밖에는 4위인 BMW320d, 7위인 벤츠 E200, 8위 BMW520d, 9위 벤츠 C200, 10위 BMW 118d가 있었다.

▲ 시트로앵은 저렴하면서 연비가 높은 대중적인 차로 시장을 공략해 큰 성과를 거뒀다. 사진은 시트로엥 C4 칵투스. 한불모터스 제공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수입차의 대중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본다. 수입차가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든 삶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가치 소비’를 할 수 있는 취향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10개 베스트셀링카는 대부분 패밀리 세단으로 분류되는 무난한 중형차들이다. SUV조차 없는 것이 눈에 띈다.

▲ 혼다는 올 들어 급성장하면서 수입차 업계 3위를 차지했다. 혼다의 주력 모델인 어코드는 국산 동급 모델과도 비슷한 가격으로 판매되며 수입차 대중화를 이끄는 중이다. 혼다코리아 제공

가격도 평균 6,400만원으로 부유층이 주로 타는 고급차의 절반 수준 밖에 안된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럭셔리 세단인 제네시스 G80과 비슷하지만, 최고급 모델인 EQ900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브랜드별 실적도 대중적인 곳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전년대비 상반기 성장률이 3자리수를 넘은 수입차 브랜드는 피아트와 시트로엥, 캐딜락 뿐이다. 이 중 피아트와 시트로엥은 각각 500X, C4칵투스를 비롯해 판매가가 2,000만~3,000만원대의 저렴하면서도 연비가 높은 차를 주력으로 하는 곳이다.

판매가격이 국산차 수준인 일본브랜드의 가파른 성장세도 수입차 대중화를 실감케 한다. 전년과 비교해 상반기 일본차 판매량은 무려 27.3%나 늘었다. 점유율도 14.1%에서 17.8%로 3.7포인트나 상승했다.

▲ 닛산 알티마는 수입 중형차 최초로 2,000만원대에 판매되며 수입차 시장 대중화에 앞장섰다. 한국닛산 제공

특히 혼다는 6월 기준 판매량을 49.7%나 확대하고 수입차 브랜드 3위로 껑충 올라섰다. 혼다의 주력 모델은 어코드 2.4로 가격이 3,540만원, 국산 동급 차량과 비슷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저배기량 모델 인기에 대해 다운사이징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반박도 내놓는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는 배출가스 규제에 따라 배기량 작은 엔진 탑재가 일반화되면서 일부 차량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배기량이 2,000cc 미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수입차의 대중화는 이미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보고 있다. 욜로족 등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데다가, 수입차사들도 다양한 프로모션과 금융 프로그램으로 소비자 부담을 줄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운사이징이 일반화되면서 저배기량 모델이 훨씬 늘어난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수입차에 대한 인식이 과소비가 아닌 ‘가치 소비’로 바뀌었고, 금융 프로그램도 발달로 부담도 줄면서 더 폭넓은 소비자들이 부담 없는 수입차를 찾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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