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제비뽑기로 3조원대 입찰담합한 건설사 적발

[한스경제 최형호] “담합은 현행제도로는 결코 사라질 수 없어요. 건설사들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 된지 오래죠.”

한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이처럼 건설업계는 입찰 담합에 대해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시공순위 10위안에 랭크되는 국내 굴지의 건설사와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3조원이 넘는 초대형 국책사업 입찰을 담합한 혐의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를 증명하듯 최근 시공순위 10위안에 랭크되는 국내 굴지의 건설사와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3조원이 넘는 초대형 국책사업 입찰을 담합한 혐의다.

이는 역대 최저가 낙찰제 방식 입찰 담합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다.

11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국책사업인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에서 7년간 총 3조 5500억원대 담합행위를 벌여온 사실이 적발됐다.

기소된 건설사 법인은 대림산업, 한양, 대우건설, GS건설, 현대건설, 경남기업, 한화건설, 삼부토건, 동아건설, SK건설이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으로 새 법인이 돼 불기소 처분(공소권 없음)됐다.

공정위는 두산중공업과 포스코건설의 경우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적용해 고발하지 않았다.

이번 담합은 치밀하고 조직적이었다는 설명이다. 건설사들만의 담합의 정도를 벗어났나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검찰에 따르면 적발된 건설사들은 이번 수주에 일정 시공실적을 갖춘 소수의 업체들만 입찰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 가격경쟁을 하기보다 서로 나눠먹자고 합의했다.

이렇게 건설사들은 지난 2005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3조 5495억원 상당의 사업을 부당 수주한 혐의를 받는다.

마치 관행처럼 벌여온 관습 그대로 건설사들은 제비뽑기로 낙찰 순서를 정하고 각서로 상대방의 의심을 잠재우며 오랜 기간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한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올해 4월, 적발된 건설사들이 2005부터 2009년까지 진행된 12건의 LNG 저장탱크 공사입찰에 대해 담합했다고 판단, 13개 사에 총 35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뒤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과징금 3516억원은 호남고속철 4355억원에 이어 두 번째 규모였다.

건설사들이 아무런 죄의식 없이 담합을 벌이는 이유는 설령 적발된다 해도 과징금보다 담합으로 얻는 이득이 더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2012년 6월부터 시공능력평가순위 100대 건설사 가운데 46개 건설사, 100위 밖 건설사를 포함하면 57개 건설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담합으로 이미 1조원의 과징금을 넘어섰다.

입찰담합은 정부의 최저낙찰제 시행으로 인한 경쟁과정에서 벌어지는 소모전을 줄일 수 있고, 공정위에 적발되지만 않으면 상당한 매출을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그럼에도 업계는 입찰담합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정부가 애초에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을 조장했다는 주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보통 담합은 대형공사 수주능력이 있는 건설사들이 정부가 준공기한에 맞춘 수주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담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체당 수주물량을 제한해 담합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건설사들이 밀약을 맺은 것은 분명 불법이지만 이를 크게 받아들여지진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담합에 대해 중벌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최저가낙찰제 방식 담합사건 중 최대 규모이고, 4대강 입찰담합 이후 건설사들의 자정결의가 있었음에도 불구, 규모가 큰 담합이라는 점에서 중벌은 피할 수 없다는 것.

검찰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범행에 가담했고, 관행처럼 돼버린 담합을 뿌리 뽑기 위해선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발주처인 한국가스공사는 13개사를 상대로 2000억원 대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최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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