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김재웅]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딜러사에 적정 수리 공임을 ‘권장’한 담합 혐의로 공정위에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벤츠코리아는 이에 불복해 법정 싸움을 예고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벤츠코리아와 딜러사 8개에 시간당 공임을 담합한 혐의로 총 17억8,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지적한 담합 혐의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8개 벤츠 딜러사가 2009년 상반기 한성자동차 사무실, 벤츠코리아 회의실 등에서 수차례 모임을 가지면서, 시간당 공임을 함께 인상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앞서 벤츠코리아는 2009년 1월 딜러사들에 이 같은 모임을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각사에 받은 재무 자료를 통해 인상 수준을 결정해 공표했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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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8개 벤츠 딜러사는 같은 해 6월 일제히 ‘C계정(차량소유자에 청구)’ 공임을 시간당 20% 가량 인상해 업체별로 2010년에서 2011년까지 이를 유지했다.

공정위는 각사별로 답합 수준과 기간 등을 고려해 500만원에서 2억4,800만원, 총 4억6,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벤츠코리아에는 담합 행위를 조장한 혐의로 13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징구했다.

벤츠코리아는 이런 공정위 조치를 사실 무근이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벤츠코리아는 딜러사에 공임의 절반 가량을 지급해야하는 입장인 만큼, 가격을 올리는 내용의 담합을 주도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냈다.

벤츠코리아가 딜러사에 지급해야하는 수리 유형은 보증수리인 W계정과 무상수리인 F계정, ISP수리 등이다. 담합 의혹이 있는 C계정은 빠져있다.

하지만 C계정 수리비가 오르면 나머지 수리비도 오르게 되는만큼, 딜러사에 공임 인상 담합을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 비용을 늘리는 것이라고 벤츠코리아는 설명했다.

또 벤츠코리아는 국내의 공임 수준이 대만의 78%, 호주의 57%, 일본의 71%로 낮은 편이라며, 그밖에도 고객만족도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부품 가격을 인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벤츠코리아가 공정위 지적 사항을 ‘권장 공임 가격’을 제시한 것뿐이라고 밝힌 데 있다. 실제 소비자 가격은 딜러들이 알아서 책정하는 만큼, 벤츠코리아는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벤츠코리아가 딜러사에 권장 공임을 제시한 것뿐이라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 국내법에 권장소비자가격을 제한하는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권장소비자가격을 담합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만큼 논란의 여지는 있다. 

벤츠코리아가 딜러사에 권장 공임을 이행하도록 강요했거나, 이행 수준을 제시했다면 분명한 담합행위다. 2012년 필립스전자는 오픈마켓 판매자에게 판매가격 하한선으로 권장소비자가격의 50%를 제시했다가 공정위의 철퇴를 맞았다.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가 지난 7월 대법원 최종 패소 판결을 받기도 했다.

권장 공임 가격을 제안한 사실 자체가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벤츠코리아는 담합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2014년 공정위는 한국다문화협회가 국제 결혼 서비스에 대해 '국가별 권장 가격표'를 배포한 것을 담합행위로 처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벤츠코리아는 공정위가 수입사와 딜러사간 이해 관계를 오해해서 비롯된 결과라며, 개별 딜러들은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실제 소비자 가격 책정을 결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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