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신진주] 롯데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향한 첫 단추를 뗐다. 이로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한 ‘뉴롯데’가 본격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하지만 롯데지주 주식회사의 설립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직까지 신규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금융계열사 매각, 자회사 지분율 확대 등의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그룹을 총망라하는 지주사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선 ‘호텔롯데 상장’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롯데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롯데 주요 4개사는 주주총회를 통해 지주사 전환을 최종 확정했으며, 오는 10월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공식 출범한다. 

완전한 지주회사로 거듭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먼저 지주사전환 과정에서 새롭게 생기는 순환출자 고리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있다. 그동안 롯데그룹은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따라 순환 출자고리 416개 중 349개를 해소해 67개가 남았다. 롯데지주가 출범하면 현재 남아있는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사라진다. 하지만 지주사 출범 과정에서 18개의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와 상호출자가 발생하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이렇게 생긴 순환출자 고리는 6개월 이내 해소해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롯데지주 출범 후 2년 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소를 없애야 한다. 이 법은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 지분 20%, 비상장 자회사 지분 40% 미만으로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롯데지주가 추가로 지분을 사야하는 과정이 남아있다.

향후 롯데지주가 보유할 상장 자회사 지분은 롯데쇼핑 17.9%, 롯데칠성음료 18.3% 등으로 분석된다. 비상장사 지분은 롯데건설 3.3%, 롯데로지스틱스 18.9%, 롯데정보통신 7.75% 등이다. 롯데지주가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최대 3,8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을 수 있다.

금융회사 처리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등 10개 금융회사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하지만 현행법상 순수 지주회사가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운영하는 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는 2년 이내에 금융회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또 롯데지주와 호텔롯데 관계도 정리해야 할 과제다. 일본 롯데홀딩스 등이 지배하고 있는 호텔롯데는 그간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으면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다. 그런 호텔롯데가 지주사 체제에서 빠져 있는 상황이다. 롯데지주가 진정한 지주사로 거듭나려면 그룹 내 주요 계열사 지분을 다수 가진 호텔롯데와의 합병이 불가피하다. 

이에 롯데그룹 역시 2015년부터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왔지만, 현재 호텔롯데 상장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신 회장이 뇌물과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다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으로 주력 사업인 면세 사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하락해 연내 상장이 불투명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사드 보복 등으로 롯데쇼핑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사업 등 해외법인의 구조조정을 통해 롯데그룹 기업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롯데가 호텔 롯데 상장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호텔 롯데 상장은 자금 확보와 동시에 지배구조 개선의 마침표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롯데쇼핑의 실적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신 회장이 롯데쇼핑 지분을 통해 지주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구조기 때문에 롯데쇼핑의 실적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나 이 또한 쉽진 않아 보인다. 롯데쇼핑은 올해 2분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 줄어든 7조401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87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9% 급감했다. 백화점 부문 영업이익은 55.6% 줄었고, 할인점 부문(롯데마트)는 77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차지운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업분할 및 지주사 전환 발표 이후 순자산가치에 대한 재평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롯데쇼핑은 정치적 이슈에 따른 실적 부담이 여전히 부담스럽다"며 "지주사 전환 이후에도 당분간 영업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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