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 직장인 A씨는 수십장의 서류를 확인하고 서명해야 하는 절차가 부담스러워 보험가입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동료에게 ‘페이퍼리스’ 보험계약을 전해들은 A씨는 전담 보험설계사를 찾았다. 보험설계사가 태블릿PC에 내장된 약관을 다시 한 번 설명했고, 중복 서명은 한 번만 하면 자동 기입됐다.

편리하다는 생각에 부모님에게도 페이퍼리스 보험가입을 권한 A씨. A씨의 아버지는 태블릿PC가 익숙하지 않은 데다 종이서류도 남지 않아 불만족스럽다고 전했다.

금융권에 부는 페이퍼리스 바람이 보험업계에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서명은 전자로, 계약서는 태블릿PC에 내장하는 등 편리함과 관리비용 절감을 무기로 100% 페이퍼리스 시대도 눈 앞이다. 다만 ‘디지털 소외층’ 시니어는 페이퍼리스의 숙제로 남았다.

금융권의 '페이퍼리스' 바람이 보험업계에도 불고 있다./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업계가 인슈어테크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전자서명과 태블릿PC 약관, 생체 인증 등의 기술이 집결돼 페이퍼리스로 구현되는 중이다.

신한생명은 올해 말을 목표로 디지털 모니터와 전자펜, 전자서식 등 디지털 요소를 접목하여 페이퍼리스 창구를 열 계획이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보험가입에서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서 작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디지털 방식에서는 서류 서식도 하나로 통일돼 한번에 작성 내용을 확인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삼성생명은 전속 보험설계사에게 태블릿PC를 제공한 결과 지난 8월을 기준으로 태블릿PC를 통한 계약 체결률을 62.2%까지 끌어올렸다. 2012년 태블릿PC를 영업환경에 접목한 뒤 5년만에 페이퍼리스 계약이 주요 방법으로 떠올랐다. 삼성생명은 내년 말까지 태블릿PC를 통한 계약 체결률을 85%까지, 태블릿PC의 활용률은 95%까지 높일 예정이다.

이밖에 현대해상은 이미 전자서명 서비스를 업무에 접목하고 있다. KB손해보험과 동부화재 등도 전자서명 기술을 연내 도입하겠다는 각오다. 생체인증도 활발해 한화생명 등이 지문과 홍채를 활용한 바이오 인증을 시작했다.

내년 10월부터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하지 않은 경우에도 전자서명으로 계약할 수 있도록 허가된다.

보험업계는 디지털 기반의 페이퍼리스 시스템으로 편의성과 관리비용 절감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금융의 아킬레스 건이었던 보안성도 안정적인 수준까지 올라왔다”며 “종이 서류를 거치지 않고도 안전한 금융거래가 가능하다는 인식도 점점 확산되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디지털 소외층인 시니어들은 인슈어테크가 풀어야 할 과제다. 전통적인 금융 거래에 익숙한 노년층은 금융 계약의 증거인 종이서류가 사라진다는 것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또 태블릿PC 등 페이퍼리스 거래에 필요한 기기의 사용법을 잘 모른다는 점도 불편을 낳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노년층은 보험업계 뿐 아니라 핀테크를 활용하는 금융권 전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라며 “태블릿PC를 이용하되 보험설계사가 직접 구두로 설명하고, 원하는 고객에게는 종이 계약도 가능하도록 익숙한 방식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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