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비급여 항목 관리가 선행돼야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 실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또 다시 나왔다. 비급여 항목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민관기관의 연계를 강화해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해결책이 재차 등장했다.

보험연구원과 금융산업협력위원회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민영건강보험의 역할’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정책과제'를 주제로 “비급여의 급여화로 인한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비급여 관리 방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급여 정보를 통합적·연계적으로 관리하고, 비급여 표준화와 가격 공개 확대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사례를 들어 민영건강보험을 비급여 항목 관리의 파수꾼으로 삼자는 제안도 나왔다. 특히 독일의 의료수가 체계가 의료횟수보다 질에 가중치를 둔다는 점이 본받을 사례로 꼽혔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사회안전망연구실장은 “독일은 민영건강보험 의료수가 체계(GOA)를 통해 의료기관의 민영건강보험 진료수가 책정 및 보험회사의 적정성 관리가 이뤄진다”며 “독일에서도 공적보험보다 민간보험의 지불수준이 높은 것은 인정하나, 금액에 따라 가중치가 일정수준 이상 올라가면 의료진은 의료서비스 전에 환자에게 서명을 받아야 하며, 환자 동의 및 보험회사간 합의가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했다.

표=보험연구원

정부는 지난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하며 장기적으로 비급여 항목의 전면 급여화를 선언했다.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를 완전히 해소하는 방안으로 나아가겠다는 취지다. 그간 민간보험에서 책임지던 비급여를 공적보험인 국민건강보험에서 관리하도록 했다.

비급여 항목은 의료비 부풀리기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의 ‘OECD 건강통계 2017’에 따르면 2016년 잠정치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경상의료비 중 가계직접부담 비율은 36.8%였다. OECD(20.3%) 평균보다 1.8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이 많아 개인의 의료비 부담도 가중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2015년 기준 총 의료비 69조4,000억원 중에서 비급여 의료비(13조5,000억원)가 19.5%를 차지했다.

표=보험연구원

때문에 보험업계와 학계에서는 비급여 항목을 현행보다 높은 수준에서 관리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2015년부터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는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은 전체 기관의 10.9%로 대부분은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생보협회와 손보협회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비급여 의료비 제도 정비를 호소했다. 한국계리학회는 지난해 말 ‘비급여 심사 전문기관’을 양성하자는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한편 문재인 케어가 비급여 항목 관리의 난제를 넘어 실현되려면 적어도 2~3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는 내다봤다.

정 실장은 “지난 정부들도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해왔지만 성공적인 평가를 얻지 못했다. 세부적인 방안이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평가가 나뉠 것”이라며 “남은 비급여는 어떤 방향으로 해결할 것인지, 예비급여 해결이 아무리 빨라도 2~3년이 걸릴 텐데 그 사이에는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10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의료체계 혁신 정책포럼을 열고 ‘비급여 관리 및 바람직한 공사보험 역할 모색’을 주제로 토론회를 진행한다. ▲보장성 강화를 위한 비급여의 관리 방안 ▲의학적 비급여 기술의 근거기반 관리 방안 ▲민간보험 역할 설정 등을 다룰 예정이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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