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2017년은 도전과 변화의 한 해였다. 특히 연말 뜨겁게 달군 가상화폐의 광풍은 디지털 시대를 대처해야 하는 아날로그의 현재와 미래를 예견할 수 있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전통 은행업의 변화를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내 손안의 금융세상을 열며 점포와 인력운용을 달리 생각하게 했다. 특히 예적금 금리는 높고 대출금리는 낮아 시중은행들의 금리를 끌어내리는 효과를 냈다. 1,400조원을 육박한 가계부채는 금리인상에 부담으로 다가왔다. 금리는 오르는데 가계부채의 속도가 줄어들지 예단하기 힘들다. 내년 최대 4차례의 금리인상 전망이 나오면서 취약계층의 빚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대목이다. 재무 부담을 키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앞둔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이 시급하다. 안팎으로 다가오는 금리 인상은 새로운 숙제를 안겨준다. 주식시장은 새 역사를 썼다. 코스피는 2,500시대를 열었고 코스닥은 10년 만에 800선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의 개선과 기업 실적 호조가 원동력이 됐다. 반도체의 힘은 정보기술(IT)주를 사상 최고가로 이끌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제약과 바이오주의 선전이다. 서민의 금융복지를 위한 정부의 인하 압박은 거셌다. 문재인 케어의 시동은 실손보험료 인하를 요구했으며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인하도 본격화됐다. 아쉬움도 컸다. 채용 비리 의혹으로 금융 공기관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으로 확대되며 일자리 창출를 외친 정부에게 적폐청산의 자극제가 됐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금융권의 한해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한스경제 김지호 김서연 허인혜] ①가상화폐 광풍투기…디지털의 위기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화폐 관련한 회의를 주재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가 급부상하면서 투자자와 금융당국, 업계의 경고음이 동시에 울렸다. 가상화폐의 정의와 관리 주체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 규제 사각지대에 빠지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를 화폐나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재화로도 정하지 않으면서 혼란이 일었다.

투기 광풍을 타고 비트코인의 시세가 2,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하루 거래량이 2~3조원에 육박하면서 코스피시장을 눌렀다는 분석도 나왔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환치기와 채굴 다단계, 하드포크 사기극 등의 범죄도 판을 쳤다. 허들 없이 시장에 뛰어든 거래소가 우후죽순 늘면서 서버다운이나 해킹 등의 취약점도 발견됐다.

정부와 민간 업계가 동시에 칼을 빼 들었다.

정부는 거래소에 ▲예치금의 별도 예치 ▲설명의무 이행 ▲이용자 실명 확인 ▲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 ▲암호키 분산 보관 등 보호 장치 마련 ▲가상통화의 매수매도 주문 가격ㆍ주문량 공개 제시를 주문하고 거래를 조건부 허용했다.

거래소들은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를 구성해 가상화폐 거래소는 원화 예치금은 100% 금융기관에 예치하고 가상화폐 예치금의 70%를 별도로 보관하는 예치자산 보호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자율규제안을 발표했다. 자기자본도 20억원 이상이 돼야 협회에 가입하도록 했다.

② 금융권 휩쓴 채용비리 의혹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0월 16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과 우리은행 등이 잇따라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려 금융권 안팎에서 질타를 받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으로 행장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0월 국감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우리은행은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에서 국가정보원이나 금감원, 은행 주요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등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문제가 된 채용 과정을 대대적으로 손봤다. 우리은행발(發) 채용 프로세스 개선은 전 은행권으로 확산됐고, 금융당국까지 나서 개선안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채용비리 의혹의 중심에 선 금감원은 지난 9월 감사원 감사결과 2016년도 직원 채용시 선발인원과 평가방식 등을 자의적으로 조정해 16명의 당락을 부당하게 뒤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비리에는 모 금융지주사 대표와 국책은행 간부가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금감원 역시 채용 과정 전반에 손을 댔다. ‘인사·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면접 전형에서 외부 전문가 도입, 필기시험 부활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기 전 감사실이 채용 절차가 기준에 맞게 진행됐는지 재검토한다.

14개 국내은행은 지난 달 말까지 채용시스템 전반에 대해 자체점검을 했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채용이 이뤄지도록 인사내규가 잘 정비돼 있는지, 내규대로 제대로 집행되는지 등이 점검 대상이었다.

③새 역사 쓴 증시…박스피 오명 벗다

올해 국내 증시는 코스피지수가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라는 오명에서 7년여 만에 벗어나는 등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코스닥지수 역시 10년 만에 장중 800선을 넘으면서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중소형주 소외’ 현상이 어느 정도는 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1월 2일 종가가 2,026.16에 그쳤던 코스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불거진 보호무역주의 우려 등으로 2,100선을 중심으로 등락했다. 올해도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짙었다.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이 결정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이후 2,100선을 가뿐히 넘어선 지수는 5월 4일 2,241.24로 마감하면서 종가 기존 최고치(2011년 5월 2일 2,228.96)를 넘어섰다.

지난달 3일 코스피지수는 2,557.97로 장을 마치면서 종가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사진=연합뉴스

이후 코스피는 파죽지세로 오름세를 상승하면서 7월에는 8거래일 연속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최장이었던 2007년 5월 28일부터 6월 7일까지 8거래일 연속 최고치 마감과 같은 기록이다. 8~9월은 북한의 도발과 미국 증시에서 페이스북 등 기술주가 약세를 보이면서 다소 주춤했지만, 10월 들어 다시 상승세를 탔다. 11월 2일 장중 2,561.63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난달 3일 코스피지수는 2,557.97로 장을 마치면서 종가 기준 최고치도 다시 썼다.

이 같은 코스피 강세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대호황)로 인해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 이익 개선 세에 기댄 측면이 크다. 3분기 연결 기준 코스피 주요 상장사 누적 영업이익은 120조5,000억원. 이중 삼성전자의 누적 영업이익은 38조5,0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32.0%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9조3,000억원으로 7.7%를 차지했다.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4분기에도 삼성전자가 16조4,000억원, SK하이닉스가 4조2,500억원 수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돼 두 종목 쏠림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기관투자자의 잇단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코스피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모범 규준’에 대한 자체 평가 보고서를 자율 공시하는 제도 시행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노력도 올해 지수가 고공행진을 벌인 이유로 꼽힌다.

코스닥지수는 632.04로 올해 불안한 출발을 했다. 이후 셀트리온, 신라젠 등 제약·바이오주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여기에 코스닥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려는 정부 정책이 맞물리면서 11월 들어 700선을 가뿐히 넘어섰다. 같은 달 24일에는 장중 803.74까지 치솟기도 했다. 코스닥지수가 800선 고지를 밟은 것은 2007년 11월 7일(장중 고가 809.29) 이후 10년 만이다.

④ 인터넷 전문은행의 출현…메기의 꿈은 진행형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에서 실행한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과 7월, 각각 K뱅크(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출범했다. “금융권의 메기가 돼 달라”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말처럼 고여있던 물인 은행권을 변화의 바람으로 불어넣었으나 아직 관련 법안의 통과와 활성고객의 확보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단시간에 많은 고객을 확보했다. 초반 차별화 된 서비스로 흥행에 성공하자 시중은행들도 수수료 인하 등의 카드로 인터넷 전문은행 따라잡기에 나섰다. 케이뱅크는 연내 주택담보대출을 선보일 계획이고, 카카오뱅크는 내후년 하반기부터 신용카드 사업을 시작할 방침을 밝혔다.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만 두 은행의 성적표는 아직 부진하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3분기 각각 601억원과 668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도 문제지만 은산분리 여부가 관건이다. 정보기술(IT) 기업이 최대주주가 돼 인터넷 전문은행을 이끌 수 있도록 하는 은산분리 완화 법안이 아직도 국회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뱅크의 경우 관련 법안의 완화는 더 급한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KT의 보유지분이 8%에 불과해 산업자본이 은행지분을 최대 10%(의결권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한 이 규정의 완화가 절실하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성장세가 이어질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⑤보험업권 '자본확충' 숙제…IFRS17·K-ICS의 압박

금융감독원은 2021년 IFRS17 도입과 함께 신RBC(K-ICS)도 시행할 계획이다./사진=연합뉴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RBC(K-ICS)가 2021년 시행되면서 보험사들이 선제적 자본확충에 뛰어들었다.

IFRS17은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한다. 이렇게 보험 부채가 급증하면 지급여력(RBC)비율도 하락한다. RBC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수치로 낮을수록 보험사의 건전성에 빨간 불이 켜진다.

보험사들은 올 한해 4조4,000억이 넘는 자금조달을 단행했다. 모기업에 도움을 청한 현대라이프와 ABL생명을 더하면 4,000억원가량이 더 늘어난다.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 유상증자 등이 자본확충의 도구로 쓰였다. 한화생명(5,000억원), 흥국생명(350억원), 한화손보(300억원), 현대라이프(400억원), DB생명(300억원) 등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해외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A1 등급을 부여 받은 교보생명은 업계 최초로 5억달러(한화 약 5,67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성공했다. 흥국생명도 같은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치렀다.

NH농협생명과 현대해상은 후순위채 5,000억원씩을 발행했고,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그룹에서 각각 5,283억원과 2,18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확충을 진행했다.

김지호 김서연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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