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허인혜] 카드업계와 보험업계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험료 카드납부 확대안이 결국 무산됐다.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다는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무너졌다. 업계는 무리한 보험료 카드납부 확대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당국이 두 집단의 갈등 봉합책없이 보험료 카드납부 확대를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소비자 권익제고 자문위원회’ 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직속 자문기구인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 자문위원회’는 최근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방안을 자문위 권고안에서 제외했다. 8차례의 회의를 거쳤지만 보험업계와 카드업계의 이견은 좁아지지 않았다.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방안은 지난 9월 1차 회의와 킥오프회의까지만 해도 자문위원회의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생·손보사 합산 연간 납입 보험료는 200조원에 달하지만 전체 보험료 납입액 중 카드납입 비중은 9.7%에 불과한 데에 따른 조치다.

6월 말을 기준으로 41개 보험사 중 보험료 신용카드 납입을 허용하고 있는 회사는 31곳(75.6%)에 불과하다. 그나마 손해보험사가 자동차보험을 카드결제로 받으면서 20%선을 유지하고 있다. 예·적금과 비슷한 성격의 저축성보험을 주로 취급하는 생명보험사의 카드결제 허용 비율은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친다.

두 업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지점은 카드 수수료다.

보험사가 카드결제를 꺼리는 이유는 2.2~2.3% 수준의 수수료 때문이다. 카드결제를 허용하는 보험사들도 초회 보험료 납부에 그치거나 설계사 채널 등 일부 창구에서만 가능하도록 설정했다. 이들은 보험료 카드결제의 경우 1%대의 수수료로 인하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카드업계는 수수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수수료 인하를 반대했다. 장고 끝에 0.3%p 이하의 조정방안을 내놨지만 보험사의 요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는 그간 밴사와 신용카드사, 가맹점들의 오랜 합의로 정해진 일종의 ‘룰’이다”며 “형평성을 고려해 보험사에만 특혜를 주기도 어렵고, 여러 차례의 카드수수료 인하에 카드사의 수익이 떨어진 상황에서 인하 여력도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용카드가 무료 서비스인 것처럼 보이지만, 태생부터 신용을 담보로 차후 수수료를 내겠다는 구조다. 조달비용이 있는데 무료인양 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수수료 인하 없이는 보험료 인상도 피할 수 없다고 맞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를 카드로 결제하면 보험사가 보험료에서 카드수수료를 제한 만큼의 금액만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이야기”라며 “수수료 인하 없이 카드결제 시스템만 확대한다면 깎인 수수료를 보험료를 올려 보전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두 업계가 수십년간 싸움을 지속하면서 금융당국이 전면전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소비자 편의는 요원해졌다는 지적이다. 보험료 카드결제 확대 방안은 내년 하반기까지 ‘올 스톱’ 된다.

밥그릇 싸움이 당연히 예고된 과제를 금융당국이 준비 없이 추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는 보험료 수익, 카드사는 카드수수료 등 각 업권에서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슈를 양보하도록 종용한 것”이라며 “보험료 카드납부 확대안에서 내린 결정이 다른 문제상황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수익에도 직접적 영향을 주는 사안으로 앞으로도 봉합이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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