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역사속으로 사라진 '카렌스'

[한스경제=김재웅 기자] 자동차 업계가 '비(非)SUV' 라인업 정리에 나섰다. 한때 시대를 풍미했던 모델까지도 SUV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중인 데다가, 더 크고 작은 차를 선호하는 시장 양극화가 이유로 꼽힌다.

1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는 이달 초 카렌스 생산을 중지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카렌스 생산을 중단한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공식적으로 단종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는 카렌스를 조만간 단종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기아자동차 제공

카렌스는 1999년 출시된 초소형 미니밴이다. 작지만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월 평균 7000대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SUV 때문이다. SUV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쏟아지던 2000년대 중반부터 카렌스는 부진을 거듭했고, 작년에는 2791대로 월 평균 200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그 밖에도 전세계 자동차 업계는 시대를 풍미했던 모델을 지워가는데 열중하고 있다. SUV 인기가 시장 판도를 뒤바꿔놓은 탓이다.

가장 심각한 피해자는 세단이다. 미국에서는 세단 멸종 위기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특히 수요가 소형차와 대형차로 양분되면서, 조만간 중형 세단은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고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세단 '멸종' 수순…"안팔리는 모델 정리해야"

포드는 올 초 SUV와 트럭 비중을 90% 늘리면서 피에스타와 퓨전, 토러스 등 차종을 단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나마 SUV와는 다른 시장에서 경쟁하는 머슬카 머스탱과 소형차 포커스만 살려둘 예정이다. 링컨 브랜드의 컨티넨탈도 유지 여부를 고민 중으로 알려졌다.

단종이 확정된 포드 토러스. 한 때 미국 시장을 풍미했던 중형 세단이지만, SUV 인기를 당해내지는 못했다. 포드 제공

앞서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이미 중형세단 200과 소형세단 다트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대형세단 300과 머슬카 닷지 차저도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GM도 세단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당장 올해 소닉(아베오) 생산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상황. 아직 괜찮은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는 말리부와 크루즈를 제외하고는 임팔라 등 세단을 정리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소닉은 한국지엠에서도 생산중인 모델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아직 소닉 단종을 결정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세계 자동차 시장이 SUV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잘 팔리지 않는 모델에 대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르노는 세단 라인업을 탈리스만(국내명 SM6) 1개 모델로 정리하고, 대신 SUV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덕분에 르노그룹 SUV 개발 중심지인 르노삼성자동차의 입지도 커졌다. 르노삼성자동차 제공

유럽에서는 이미 세단 희귀해져

유럽 브랜드들은 일찌감치 개편을 마무리한 상태다. 르노는 2000년대 말부터 라구나, 래티튜드 샤프란 등 중~대형 세단을 깡그리 탈리스만(국내명 SM6)로 통합해버렸다.

다양한 세단을 판매하던 푸조 역시 108~508 등 5종만 남겨놓고 2008~5008 등 SUV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에 더해 시트로엥과 DS 브랜드를 이용해 SUV 외연을 크게 넓히고 있다.

볼보도 SUV인 XC 시리즈에 주력하고 있다. XC90과 XC60에 이어 컴팩트 SUV인 XC40까지 내놓고, 세단은 S90과 S90만 남겨놨다. 그나마 볼보를 대표하는 크로스컨트리인 V시리즈만 V40, V60, V90으로 유지 중이다.

토요타는 유럽에 캠리를 출시하면서 현지 전략 모델 어벤시스를 단종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캠리. 토요타 제공

럭셔리 브랜드도 SUV 시장 가세…2020년대 더 심해질 예정

일본 브랜드 역시 SUV 열풍에 휘말려있다. 닛산은 알티마보다 캐시카이, 로그 등 SUV로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혼다 역시 HR-V와 파일럿 등 비중을 높이는 중이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토요타 아일랜드 관계자는 최근 현지 전략 차종인 어벤시스를 단종한다고 밝혔다. 유럽에 캠리를 새로 들여오는데 따른 조치이지만, 세단 시장이 컸다면 없었을 조치로 평가된다.

럭셔리 브랜드도 뒤늦게나마 SUV 열기에 뛰어들었다. 벤틀리 벤테이가와 롤스로이스 컬리넌이 대표적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GL 시리즈를, BMW는 X 시리즈를 강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SUV 인기가 높아지는데다가, 전기차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시장 판도도 크게 변하고 있다"며 "자동차 업계 대부분이 2020년께부터 이에 발맞춰 라인업을 대폭 조정할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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