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일본인 역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원없이 연기
개명 고민? "이름으로 거짓말 하기 싫어"

[한국스포츠경제=최지윤 기자] 배우 이정현은 tvN 주말극 ‘미스터 션샤인’을 통해 역대급 신 스틸러로 떠올랐다. 극중 일본군 간부 츠다로 변신, 조선인을 악랄하게 괴롭혔다. 비주얼은 물론 연기까지 완벽해 “진짜 일본인 아니냐”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미 해병대 장교 유진 초이 역의 이병헌과 연기 대결에서 뒤지지 않으며 카리스마를 뽐냈다. 영화 ‘박열’과 드라마 ‘임진왜란 1592’에 이어 세 번째 일본인 역할을 맡은 이정현. 변요한이 맡은 김희성 캐릭터가 탐난다며 “아직 보여줄 게 많다는 건 나의 가장 큰 무기”라고 짚었다.
 
-인기 실감하나.
“사실 실감은 나지 않는다. 2015년 광고 ‘갸스비’(Gatsby)에 출연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던 시기랑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관심이 조만간 사그라질 걸 알아서 일부러 들뜨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어머니가 어제 전화 와서 ‘잘했어!’ 한마디 해주더라. ‘기다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오디션 없이 캐스팅됐다고.
“캐스팅 디렉터한테 연락이 왔는데, 이렇게 큰 배역인지 몰랐다. 캐릭터 이름이 있다는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당시 소속사 없이 개인 활동할 때였는데, 내가 캐스팅됐다는 얘길 듣고 다들 ‘의아했다’고 하더라. 주위에서 ‘어떻게 김은숙 작가 작품 들어갔냐?’면서 비결을 많이 물어봤다. 아직 김은숙 작가님을 만나 뵙지 못했다. 종방연을 기대하고 있다. 이응복 PD도 첫 촬영 때 처음 봤다. 츠다 캐릭터를 분석해서 준비해 갔지만, 감독님 생각과 어긋나면 수정해야 되지 않냐. 마음을 많이 열고 갔는데 흔쾌히 OK해줬다.”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나.
“일본인 역할이니까 일본어 대사 할 때 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드라마 ‘임진왜란 1592’에 함께 출연한 배우 오상윤이 재일교포인데, 디테일적인 부분은 도움 받았다.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1년 동안 있어서 일상 회화는 문제가 없지만, 연기할 때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 촬영 중간 중간마다 연락해서 감수 받았는데, 노력한 부분을 시청자들이 알아봐줘서 감사했다.”

-조선인을 괴롭히는 모습이 너무 악랄했다. 츠다와 비슷한 점도 있나.
“놀리는 걸 좋아하고 장난도 심하게 쳐서 중학교 친구들이 나를 싫어한다(웃음). 고등학교 때 만나서 반가워서 인사했는데 친구들이 피하더라. 그 때부터 ‘착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악랄함은 중학생 때 정점이었다. 지금도 친한 형들과 있으면 장난을 많이 친다.”
 
-이병헌의 카리스마에 눌리지 않던데.
“선배님이 배려해준 덕분이다. 캐릭터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고, 대사를 앞에서 쳐주면서 디테일적인 부분도 신경 써줬다. 총격 신 촬영 때 실수해서 잘못 맞으면 선배님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 부담이 많이 됐다.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걱정이 컸는데,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즐겁게 촬영했다.”

-세 번째 일본인 역할 맡아 고민된 점은.
“‘미스터 션샤인’ 들어가기 전에 ‘임진왜란’ 김한솔 PD를 만났는데, ‘일본인 역할을 계속 하는 게 괜찮을까?’ 되물어주더라. 조금씩 ‘한국어로 연기해서 알려지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조언해줬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정말 원 없이 연기했다. 어쩌면 더 이상 악랄한 모습은 없을 것 같아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했다. 처음엔 연기 못해서 욕 먹을까 봐 본방을 못 보겠더라. 반응을 살핀 다음에 마음 편하게 방송을 봤다. 마지막 회 죽는 신은 본방으로 봤는데 뭔가 아쉽더라.” 

-7회에서 고종에 사형선고 받고 퇴장해 아쉽지 않나.
“이미 7회에서 죽는 걸 알고 촬영에 들어갔다. ‘조만간 또 나오는 거 아니냐?’ ‘죽은 거 맞냐?’는 댓글이 많은데, 이런 반응들이 재미있다. 중요한 인물이 아니라서 ‘교수형에 처한다’로 끝났는데 사람들이 궁금해 하니까.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져주나?’ 싶을 정도로 행복하다.”
 
-츠다 역 외에 탐난 캐릭터는.
“주연배우들 중에서는 김희성(변요한), 구동매(유연석) 캐릭터가 탐난다. 희성 역은 배우라도 누구라도 탐내지 않을까. 정말 사랑스러우면서 애환도 가지고 있어서 연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함안댁(이정은)도 정말 귀엽지 않냐. 보자기 쓰고 나오는데 만화 캐릭터처럼 사랑스럽더라. ‘오 나의 귀신님’에 나왔을 때부터 ‘매력 있는 선배’라고 생각했다.”
 
-유도학과 경찰행정을 전공했는데.
“지금은 60kg대인데 당시 58kg를 유지했다. 7회에서 할복 할 때 배가 클로즈업됐는데, 너무 뚱뚱하게 나와서 ‘살을 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때 경찰을 꿈꿨지만 의경으로 복무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유통관리사 자격증, 대형버스 면허 등도 땄는데 연기할 때 도움이 된다. 언젠가는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일본어도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해 친구들이랑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동명의 선배 여배우가 있다. 개명 고민은 안 했나.
“지금 회사에 들어왔을 때 ‘이름부터 거짓말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배우는 연기할 때 거짓일 수 있지만,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진실이 될 수도 있다. 가명을 쓰면 ‘안녕하세요. 누구입니다’라고 할 때 처음부터 거짓말 하는 것 같더라.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가 지어준 소중한 이름이니까. 이름이 연기자의 척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명이인이 많은데 기억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다.”
 
-본인의 가장 큰 매력은.
“나의 가장 큰 무기는 아직 안 보여줬다는 거다. 그 만큼 보여줄 수 부분이 많고, 여러 가지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코믹 연기를 정말 하고 싶다. 광고에서만 코믹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JTBC 종영극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정말 재미있게 봤다. ‘청춘시대’처럼 20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청춘 드라마도 하고 싶다. 빡빡이 머리가 트레이드마크가 됐는데 기를 생각이다. 근데 머리 길러도 별반 다를 건 없다(웃음). 사람 얼굴은 변하지 않으니까. 코가 낮아서 성형 고민을 잠깐 했는데 지금은 만족한다.”
 
-‘미스터 션샤인’은 어떤 작품으로 남아있나.
“6년간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데, ‘미스터 션샤인’은 최고의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연기하면서 재미있었고, 현장에 있는 내내 행복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 오아연씨가 포털 사이트 실시감 검색어 1위를 찍는데 덩달아 기쁘더라.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있고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많이 나온다. 내 촬영 분은 끝났지만 ‘미스터 션샤인’ 방송 후 다음날 아침에는 항상 시청률을 체크한다(웃음). 시청자들이 더 많이 봐서 시청률이 계속 올랐으면 좋겠다.”

사진=임민환기자 limm@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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