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4반세기마다 이어진 장자승계
형제독립 더해지며 범LG가 형성
유교적 가풍 중시한 LG만의 오랜 전통
LG그룹은 구인회 초대회장을 거쳐 구자경 명예회장, 고 구본무 회장을 거쳐 현재의 구광모 회장을 4번째 수장으로 맞이하며 4세대 경영체제에 본격 돌입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1970년과 1995년, 그리고 2018년. LG그룹은 세 번의 총수 교체를 겪었고 그때마다 큰 잡음없이 승계 작업이 이뤄졌다. ‘인화’를 강조했던 창업주의 뜻에 따라 장자(長子) 승계가 이어진 덕분이다. 구인회 초대회장을 시작으로 구자경 명예회장, 고 구본무 회장과 구광모 회장까지. 벌써 4대를 이어온 LG그룹의 오랜 전통이다.

장자가 총수 자리에 오르면 형제들은 기업을 분리해 독립해나갔다. 1931년 문을 연 구인회상점을 토대로 성장한 LG그룹은 LIG그룹, LS그룹, 아워홈, 희성그룹 등 수많은 회사로 쪼개지며 범LG가를 형성했다. 사돈관계에 있던 허창수 GS그룹 회장과도 2005년 ‘아름다운 이별’에 성공했다.

◆ 1970년 첫 장자승계…’형제독립’전통의 시작

LG그룹의 역사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1년 경남 진주에서 구인회 초대회장은 동생인 구철회 LG 창업고문과 함께 구인회상점이라는 포목상을 연다. 이후 운송과 무역 등으로 사업분야를 확장하며 주식회사 구인상회로 이름을 변경했다. 일제강점기 당시엔 독립운동가 자금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해방 이후 부산으로 본거지를 옮긴 구인상회는 사세가 확장되자 1941년 사돈관계에 있던 허만정 창업주 일가와 공동경영체제에 돌입한다. 1947년 LG화학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가 생기고 1958년 금성사가 설립되며 오늘날 LG그룹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갖추기 시작했다.

LG그룹의 첫 장자승계는 1970년 이뤄졌다. 1969년 구인회 창업회장의 타계 후 6남4녀 중 장자인 구자경 명예회장이 당시 럭키그룹 총수에 올라 LG그룹 2대 회장이 됐다. 1925년생인 구 회장은 1995년 첫째 아들인 고 구본무 회장에게 자리를 넘기고 명예회장으로 남아있다.

당시 구 명예회장이 총수직에 오른 뒤 나머지 5남 형제들은 기업분리로 독립해 나갔다. LG상사에 남은 2남 구자승 사장을 제외하고 3남 구자학 회장(아워홈), 4남 구자두 회장(LB인베스트먼트), 5남 구자일 회장(일양화학), 6남 구자극 회장(엑사이엔씨) 등 나머지 형제들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장자승계 이후 형제독립이라는 LG그룹 전통의 시작이었다.

LG그룹 가계도 및 주요 계열사./그래픽=이석인 기자

◆ 두 번째 장자승계…3세대 LG ‘격동의 시기’

두 번째 장자승계는 3대 째인 고 구본무 회장이 1995년 LG그룹 3대 회장으로 오르면서다. 1994년 구 명예회장이 사명을 기존의 ‘럭키금성’에서 LG로 바꿨고 이듬해 첫째 아들인 고 구본무 회장에게 회장 자리를 넘겼다. 슬하에 4남을 둔 구 명예회장의 자녀들은 아버지 세대와 마찬가지로 총수 교체 이후 분리 독립을 시도했다.

다만 LG가의 3대에선 2대만큼 완벽한 분리가 이뤄지진 않았다. 고 구본무 회장이 LG그룹 회장을 맡고 3남인 구본준 부회장은 형의 오른팔로 남았다. 마찬가지로 2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4남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도 형제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3세대 경영 당시 LG그룹은 격동의 시기를 지난다. 유난히 형제가 많았던 LG가에서 장성한 후손들이 별도의 회사로 분가해 독립해나갔기 때문이다. 1세대인 구 초대회장의 동생인 구철회 창업고문의 장남 구자원 회장은 LIG그룹을 세웠고, 구태회 명예회장(LS그룹)의 장남 구자홍 회장 역시 LG그룹에서 분가해 LS그룹을 세웠다.

구씨와 허씨 간의 공동 경영 관계도 이 시기에 정리된다. 2005년 허창수 당시 LG건설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과 구씨 65%, 허씨 35%의 비율로 운영하던 LG그룹에서 정유, 유통, 건설 부문 등을 분리해 GS그룹을 세웠다. 60년 넘게 이어온 동업 관계가 정리된 후에도 LG그룹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온 이들에게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 만 40세 구광모 회장, 장자승계 전통 이어간다

고 구본무 회장의 타계 이후 LG그룹은 구광모 당시 LG전자 상무가 회장직에 오르며 4세대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LG그룹은 유교적 가풍이 강한 탓에 딸들이 기업 활동에 활발한 다른 그룹과는 달리 철저히 아들 중심의 경영을 이어왔다. 2004년 갑작스레 외아들을 잃은 고 구본무 회장이 같은 해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 회장을 양자로 맞이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 회장이 지난 6월 LG그룹 수장이 되며 그룹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2006년 LG전자 대리로 입사해 2016년 LG전자 상무가 될 때까지 일선부터 경험을 쌓아온 구 회장이지만 만 40세의 구 회장에겐 취임 이후 경험 부족과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러나 구 회장은 취임 한달 만에 ‘부회장 맞바꾸기’ 등 과감한 인사를 단행했고 지난 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찾으며 본격적인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연말에 있을 임원인사에서도 구 회장이 대규모 인적 교체로 새 판을 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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